우크라이나 기갑부대 대원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전선 인근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AFP
우크라이나 기갑부대 대원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전선 인근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AFP
유럽연합(EU)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서방의 지원이 지연되면서 내년 여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1개 회원국 정상만 동의하지 않았다"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포함한 EU 다년간 지출예산(MFF) 증액 개편안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내년부터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유로(약 71조원)를 무상원조 및 차관 형태로 지원하는 장기지원안에 합의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EU 공동예산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EU 장기예산 계획인 MFF 증액 개편안도 함께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하는 헝가리의 반대로 최종 합의는 불발됐다. EU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EU 공동예산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미셸 의장은 내년 1~2월께 긴급 EU 정상회의를 열어 지원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앞서 우크라이나 EU 가입협상 개시 안건을 오르반 총리가 없을 때 의결했듯 만장일치를 우회하는 방식, 혹은 EU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자는 EU의 만장일치 결정 제도가 무력화돤다는 점, 후자는 각국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660억달러(약86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가 공화당 반대로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및 유럽 정보당국자들은 서방 원조 지연이 우크라이나 국방력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이르면 내년 여름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일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가 5~7발의 포탄을 쏠 때 우크라이나는 한 발만 쏘도록 탄약 소모를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