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불짜리 풍선 개 깨지자...'최고 몸값' 제프 쿤스의 한마디 "내 뜻대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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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예술가 제프 쿤스
부산 오르펜트 해운대 작품 구상 위해 방한
"부산 넘어 세계적으로 중요한 작품 만들 것
GD와도 친분, 이미경 부회장과 백남준 얘기 나눠"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풍선 개'로 유명세
"내 예술은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 아이콘
풍선 개 깨졌을 때 '내 의도대로 됐다'고 생각"
싸구려 '키치 예술' 등으로 예술계 비판도
"피카소·워홀도 살아있을 땐 푸대접 받아
눈 감는 날까지 예술가 길 걸을 것"
부산 오르펜트 해운대 작품 구상 위해 방한
"부산 넘어 세계적으로 중요한 작품 만들 것
GD와도 친분, 이미경 부회장과 백남준 얘기 나눠"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풍선 개'로 유명세
"내 예술은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 아이콘
풍선 개 깨졌을 때 '내 의도대로 됐다'고 생각"
싸구려 '키치 예술' 등으로 예술계 비판도
"피카소·워홀도 살아있을 땐 푸대접 받아
눈 감는 날까지 예술가 길 걸을 것"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를 동경해 그가 뉴욕에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호텔로 단숨에 달려간 소년, 조금이라도 예술과 가까이 있고 싶어서 뉴욕현대미술관(MoMA) 멤버십 데스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년, 성인이 된 후 월스트리트 브로커로 이름을 날렸지만 "내 길은 예술"이라며 다시 예술가가 된 남자.
'세상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예술가' 제프 쿤스(68)의 얘기다. 2019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토끼'(Rabbit)가 9107만달러(약 1181억원)에 팔리면서 이런 타이틀을 얻었다. 동시에 그는 '미술계 악동'으로 불린다.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계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소위 '키치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강아지·꽃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고, 때로는 외설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작품은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로 만들어준 동시에 미술계에서 날선 비판을 받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됐다. 그는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비싼 가격 뒤에 가려진 진정한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초고급 주거단지 부산 오르펜트해운대에 들어설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쿤스를 직접 만나 물었다.
"한국에 처음 온 건 약 18년 전 리움미술관이 제 작품 '바로크 달걀'을 소장했을 때예요. 이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 제 작품이 설치될 때마다 찾았죠. 올 때마다 느꼈지만 한국은 정말 환상적인 나라예요. 한국의 자연, 예술, 도자기, 그리고 심지어 복숭아까지 사랑해요. 이곳 복숭아 모양이 정말 예쁘다니까요. 하하. 얼마 전 산티아고에 갔는데 호텔 커튼을 열면서 '와, 여기 서울 같은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부산 오르펜트 해운대에는 어떤 작품을 설치할 건가요.
"전 굉장히 직관적인 아티스트예요. 그래서 부산을 눈으로 직접 본 뒤 작품을 구상하려고 일부러 미리 생각하지 않았어요. 해운대와 고층 빌딩, 자연 등 부산의 풍경을 실제로 보니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네요. 아직 무엇을 만들지 확실친 않지만, 이 기회를 가치 있게 활용하고 싶어요. 부산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인테리어 상점을 운영했어요. 그 맞은편엔 교회와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그곳엔 미국 최초 헌법에 서명한 분들이 묻혀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그런 역사를 자연스럽게 익히다 보니, 제 가치관에서 공동체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어요.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내가 더 크고 넓은(vaster) 사람이 된다는 걸 깨달았죠. 그게 제가 예술가가 된 이유예요.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하나로 만드는 것이요."
▷대표작인 '풍선 개'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풍선 개를 만들 때만 해도 이렇게 유명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사실 전 풍선보다는 사람의 장을 떠올리면서 만들었거든요. 누구나 음식을 먹으면 장이 부푸는 것처럼,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했죠. 또 하나, 이제 세계 어디를 가나 풍선 개를 볼 수 있어요. 그게 풍선 개의 파워라고 생각해요.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아이콘'이라는 점에서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풍선 개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잖아요." ▷최근 한 아트페어에서 4만2000달러짜리 '풍선 개'가 깨졌다는 뉴스가 화제였는데요.
"그때 전 캐나다에서 스노보딩을 타고 있어서 몰랐어요. 하하.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한테 전화가 엄청나게 오는 걸 보고 나서야 알았죠. 사실 전세계적으로 풍선 개가 깨진 게 화제가 된 걸 보고 '정확히 내 의도대로 됐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풍선 개를 만든 건 모두를 하나로 결집하는 '아이콘'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풍선 개가 깨짐으로써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얘기를 하고 하나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으니까요."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역사를 보면 많은 영웅들이 비슷한 길을 거쳐왔어요. 마네와 피카소는 살아있을 때 푸대접을 받았죠. 지금은 누구나 앤디 워홀을 사랑하지만, 그가 살아있을 땐 그렇지 않았고요. 렘브란트도 눈을 감을 때 파산 상태였어요. 전 그런 오해와 비판에 속상해할 시간에 예술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에서 제가 예술가라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지금 부산에 와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도 제가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보다 인생에서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가 있나요.
"전 K팝을 즐겨들어요. 제 아이들도 K팝을 좋아하고요. K팝 아티스트 중에는…. 음, 지드래곤? 하하. 실제로 제 스튜디오에 방문하기도 했죠. 미키 리(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좋은 친구예요. 같이 백남준 얘기를 종종 나누곤 했죠."
▷일반인들은 60대가 되면 은퇴하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예술가로서 일하고 싶나요.
"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 물론 방식이 바뀔 순 있겠죠. 지금은 대형 조각을 주로 하지만, 회화로 돌아갈 수도 있고요. 지금도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곤 해요. 어떤 방식이든지 끝까지 하는 게 제 목표예요. 피카소가 말년에도 새벽까지 작품에 몰두한 것처럼요. 제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예술뿐이거든요." 부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세상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예술가' 제프 쿤스(68)의 얘기다. 2019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토끼'(Rabbit)가 9107만달러(약 1181억원)에 팔리면서 이런 타이틀을 얻었다. 동시에 그는 '미술계 악동'으로 불린다.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계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소위 '키치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강아지·꽃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고, 때로는 외설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작품은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로 만들어준 동시에 미술계에서 날선 비판을 받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됐다. 그는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비싼 가격 뒤에 가려진 진정한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초고급 주거단지 부산 오르펜트해운대에 들어설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쿤스를 직접 만나 물었다.
◆"부산에 중요한 작품 만들 것"
'악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새벽 김포공항에 도착해 곧장 부산으로 와 바쁜 일정을 소화했는데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전에도 몇 번 한국에 방문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한국에 처음 온 건 약 18년 전 리움미술관이 제 작품 '바로크 달걀'을 소장했을 때예요. 이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 제 작품이 설치될 때마다 찾았죠. 올 때마다 느꼈지만 한국은 정말 환상적인 나라예요. 한국의 자연, 예술, 도자기, 그리고 심지어 복숭아까지 사랑해요. 이곳 복숭아 모양이 정말 예쁘다니까요. 하하. 얼마 전 산티아고에 갔는데 호텔 커튼을 열면서 '와, 여기 서울 같은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부산 오르펜트 해운대에는 어떤 작품을 설치할 건가요.
"전 굉장히 직관적인 아티스트예요. 그래서 부산을 눈으로 직접 본 뒤 작품을 구상하려고 일부러 미리 생각하지 않았어요. 해운대와 고층 빌딩, 자연 등 부산의 풍경을 실제로 보니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네요. 아직 무엇을 만들지 확실친 않지만, 이 기회를 가치 있게 활용하고 싶어요. 부산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내 예술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
지금은 '작품이 어디에 설치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뉴스가 될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지만, 그는 스스로 "평범하고 가난한(humble)" 환경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예술가의 꿈을 키웠을까. ▷어린 시절 제프 쿤스는 어떤 아이였나요."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인테리어 상점을 운영했어요. 그 맞은편엔 교회와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그곳엔 미국 최초 헌법에 서명한 분들이 묻혀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그런 역사를 자연스럽게 익히다 보니, 제 가치관에서 공동체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어요.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내가 더 크고 넓은(vaster) 사람이 된다는 걸 깨달았죠. 그게 제가 예술가가 된 이유예요.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하나로 만드는 것이요."
▷대표작인 '풍선 개'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풍선 개를 만들 때만 해도 이렇게 유명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사실 전 풍선보다는 사람의 장을 떠올리면서 만들었거든요. 누구나 음식을 먹으면 장이 부푸는 것처럼,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했죠. 또 하나, 이제 세계 어디를 가나 풍선 개를 볼 수 있어요. 그게 풍선 개의 파워라고 생각해요.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아이콘'이라는 점에서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풍선 개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잖아요." ▷최근 한 아트페어에서 4만2000달러짜리 '풍선 개'가 깨졌다는 뉴스가 화제였는데요.
"그때 전 캐나다에서 스노보딩을 타고 있어서 몰랐어요. 하하.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한테 전화가 엄청나게 오는 걸 보고 나서야 알았죠. 사실 전세계적으로 풍선 개가 깨진 게 화제가 된 걸 보고 '정확히 내 의도대로 됐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풍선 개를 만든 건 모두를 하나로 결집하는 '아이콘'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풍선 개가 깨짐으로써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얘기를 하고 하나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으니까요."
◆"예술,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
쿤스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예술가지만, 그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너무 상업적이다", "이게 예술이냐"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이에 대해서 그는 "비판에 굴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역사를 보면 많은 영웅들이 비슷한 길을 거쳐왔어요. 마네와 피카소는 살아있을 때 푸대접을 받았죠. 지금은 누구나 앤디 워홀을 사랑하지만, 그가 살아있을 땐 그렇지 않았고요. 렘브란트도 눈을 감을 때 파산 상태였어요. 전 그런 오해와 비판에 속상해할 시간에 예술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에서 제가 예술가라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지금 부산에 와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도 제가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보다 인생에서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가 있나요.
"전 K팝을 즐겨들어요. 제 아이들도 K팝을 좋아하고요. K팝 아티스트 중에는…. 음, 지드래곤? 하하. 실제로 제 스튜디오에 방문하기도 했죠. 미키 리(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좋은 친구예요. 같이 백남준 얘기를 종종 나누곤 했죠."
▷일반인들은 60대가 되면 은퇴하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예술가로서 일하고 싶나요.
"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 물론 방식이 바뀔 순 있겠죠. 지금은 대형 조각을 주로 하지만, 회화로 돌아갈 수도 있고요. 지금도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곤 해요. 어떤 방식이든지 끝까지 하는 게 제 목표예요. 피카소가 말년에도 새벽까지 작품에 몰두한 것처럼요. 제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예술뿐이거든요." 부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