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수 심리 위축으로 경매 주요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입찰 경쟁률이 높았던 경매 물건 상위 10건 중 8건이 수도권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보다 수도권 아파트가 안전한 투자처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부동산 경·공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응찰자가 가장 많은 경매 물건 ‘톱10’ 중 1~8위가 모두 수도권 아파트였다. 수도권 아파트는 서울 지역보다 투자 금액은 적고, 거주 편의성은 높은 편이라 경매 시장에서 실거주·투자 양쪽으로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지난달 입찰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물건은 경기 용인 수지구의 동천 디 이스트(전용면적 84㎡)였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8일 2차 매각일에 응찰자 43명이 몰려 감정가(7억8000만원)의 98%인 7억6400여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총 1334가구인 대단지 아파트로,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다. 신분당선 동천역이 가까워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동천역 주변에 유통업무시설이 형성돼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1회 유찰로 최저가격이 5억원대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를 희망하는 투자 자와 실수요자가 경합하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화성 병점동의 주공아파트 전용면적 60㎡에 두 번째로 많은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2억5000만원짜리로, 한 차례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30% 떨어지자 응찰자 40명이 몰렸다. 낙찰가율 101%인 2억5300여만원에 매각됐다.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장암 주공 5단지(전용 50㎡)도 응찰자 39명이 입찰에 뛰어들어 감정가(2억원)와 거의 비슷한 1억9500여만원(낙찰가율 97%)에 팔렸다. 이외에 경기 양주, 부천, 광명, 김포, 오산 등의 중저가 아파트가 경매 시장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앞으로도 경매 시장에선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세 사기, 고금리 등의 여파로 오피스텔과 빌라 등 대체 투자처의 매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670건으로 2015년 4월(697건) 후 8년7개월 만에 최다 진행 건수를 경신했다. 낙찰률은 43.3%로 전달(39.5%) 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