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출구전략 모색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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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일본은행 회의
엔저 효과 없는 것 판명
지속 시 인플레 부작용만
출구전략 강행 땐
경제 더 어려워질 수도
'소비가 미덕' 구호로
제3의 정책 강구해야
단계적 출구전략 중요
엔저 효과 없는 것 판명
지속 시 인플레 부작용만
출구전략 강행 땐
경제 더 어려워질 수도
'소비가 미덕' 구호로
제3의 정책 강구해야
단계적 출구전략 중요
지난주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회의가 열리는 ‘슈퍼 위크’가 끝났다.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당초 예상과 기대보다 피벗(pivot·정책 전환), 즉 내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때문에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올해 마지막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과연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년 전 일본은행은 ‘잃어버린 30년’이 우려될 정도로 위기에 몰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주도로 △긴급 유동성 공급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통제(YCC) 순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렁에 빠진 경제를 구하려고 한 ‘아베노믹스’다. 출구전략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역순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묵시적 관행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YCC를 꾸준히 정상화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QT)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변경할 때마다 고개를 든 ‘대장성(현 재무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 갈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는 ‘엔화 약세 유도와 수출 진흥’으로 상징되나, 후자는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 유지’로 대변된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1980년대 고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남아 있는 여건에서 인구 고령화, 높은 저축률, 자산 거품 붕괴 등이 겹치면서 복합 불황에 빠졌다. 이때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자민당의 요구에 당시 미에노 야스시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을 고집했다. 결과는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한 에클스 실수에 비유해 ‘미에노 실수’를 낳았다.
현재 일본 경제도 1990년대 상황과 비슷하다. 장기간 아베노믹스 추진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지난 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이 -2.8%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 수준까지 올랐다. ‘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경기 부양과 물가안정을 놓고 해묵은 자민당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 당시 내각과 자민당은 여전히 높은 국민의 지지도가 최후 버팀목이 됐으나 현재 기시다 후미오 내각과 자민당은 ‘아오키의 법칙’에 걸려 있다. 이는 내각과 집권당의 지지도가 50%를 밑돌아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는, 좀비화한 상황을 말한다.
만약 경기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불법 비자금 문제까지 얽혀 있는 기시다 내각은 조기에 해체되고 자민당은 집권당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가 금리를 올리고 QT를 단행한다면 1990년대보다 더 막아야 할 처지다.
우에다 총재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루빈 독트린’(강달러 유도)과 아베노믹스로 엔저 효과가 없다고 거듭 확인된 만큼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방치할 수 없다. 일본의 수출입 구조는 마셜-러너 조건, 즉 외화표시 수출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 통화표시 수입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것이 ‘1’을 넘지 않아 엔저가 지속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보다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반대로 우에다 총재가 과감하게 출구전략을 모색하더라도 일본 경제가 처한 딜레마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피벗을 시사한 여건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안전통화 저주’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베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주장한 안전통화 저주란 경기 침체 속에 엔화마저 강세가 돼 일본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엔저든 엔고든 환율이란 매개변수를 통해 당면한 현안을 푼다면 일본 경제는 더 어려운 국면에 몰릴 수 있다. 환율정책은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인접국과 경쟁국에 피해를 주는 이기적 게임이다. 어렵더라도 공생적 게임인 내수 확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시다 정부가 재정지출에 한계가 있다면 일본 국민에게 ‘저축이 미덕’이 아니라 ‘소비가 미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負)의 저축세’와 같은 제3의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은행도 기시다 정부가 내수 확대책을 추진하면 그 성과에 따라 출구전략을 단계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급진적 출구전략은 ‘제2의 미에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10년 전 일본은행은 ‘잃어버린 30년’이 우려될 정도로 위기에 몰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주도로 △긴급 유동성 공급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통제(YCC) 순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렁에 빠진 경제를 구하려고 한 ‘아베노믹스’다. 출구전략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역순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묵시적 관행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YCC를 꾸준히 정상화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QT)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변경할 때마다 고개를 든 ‘대장성(현 재무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 갈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는 ‘엔화 약세 유도와 수출 진흥’으로 상징되나, 후자는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 유지’로 대변된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1980년대 고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남아 있는 여건에서 인구 고령화, 높은 저축률, 자산 거품 붕괴 등이 겹치면서 복합 불황에 빠졌다. 이때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자민당의 요구에 당시 미에노 야스시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을 고집했다. 결과는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한 에클스 실수에 비유해 ‘미에노 실수’를 낳았다.
현재 일본 경제도 1990년대 상황과 비슷하다. 장기간 아베노믹스 추진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지난 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이 -2.8%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 수준까지 올랐다. ‘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경기 부양과 물가안정을 놓고 해묵은 자민당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 당시 내각과 자민당은 여전히 높은 국민의 지지도가 최후 버팀목이 됐으나 현재 기시다 후미오 내각과 자민당은 ‘아오키의 법칙’에 걸려 있다. 이는 내각과 집권당의 지지도가 50%를 밑돌아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는, 좀비화한 상황을 말한다.
만약 경기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불법 비자금 문제까지 얽혀 있는 기시다 내각은 조기에 해체되고 자민당은 집권당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가 금리를 올리고 QT를 단행한다면 1990년대보다 더 막아야 할 처지다.
우에다 총재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루빈 독트린’(강달러 유도)과 아베노믹스로 엔저 효과가 없다고 거듭 확인된 만큼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방치할 수 없다. 일본의 수출입 구조는 마셜-러너 조건, 즉 외화표시 수출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 통화표시 수입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것이 ‘1’을 넘지 않아 엔저가 지속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보다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반대로 우에다 총재가 과감하게 출구전략을 모색하더라도 일본 경제가 처한 딜레마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피벗을 시사한 여건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안전통화 저주’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베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주장한 안전통화 저주란 경기 침체 속에 엔화마저 강세가 돼 일본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엔저든 엔고든 환율이란 매개변수를 통해 당면한 현안을 푼다면 일본 경제는 더 어려운 국면에 몰릴 수 있다. 환율정책은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인접국과 경쟁국에 피해를 주는 이기적 게임이다. 어렵더라도 공생적 게임인 내수 확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시다 정부가 재정지출에 한계가 있다면 일본 국민에게 ‘저축이 미덕’이 아니라 ‘소비가 미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負)의 저축세’와 같은 제3의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은행도 기시다 정부가 내수 확대책을 추진하면 그 성과에 따라 출구전략을 단계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급진적 출구전략은 ‘제2의 미에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