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웃고 빌라주인 울고…부동산 제도, 뭐가 달라지나
한국처럼 부동산 제도가 자주 뀌는 나라가 또 있을까. 청약부터 세금, 정비사업 규제까지 국내 부동산 관련 제도는 가격이 상승하면 상승하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매해 달라진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토지임대부 주택처럼 제도를 만들었다가 다시 무력화하고, 또다시 원점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 개발업계나 건설업계에서 “시장 상황보다 정부 정책 리스크가 더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년은 금리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전체적인 제도 변화가 규제보다는 완화 쪽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자산이 많지 않은 청년 신혼부부가 청약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진다. 반면 빌라를 전세해준 임대사업자는 규제 강화로 역전세난(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 등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애 있는 신혼부부 로또 맞나


2024년 초 가장 큰 제도 변화는 20~40대 무주택자에 대한 청약 대출이다. 2년 이내 아이를 낳은 가정이 받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과 결혼자금 증여 공제 제도가 1월부터 나란히 시행된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출산한 무주택 가구(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가 대상이다. 이 전에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 지원이 많았지만 낮은 소득 기준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번엔 주택 구입자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모두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가 자격 기준이다. 대기업 직장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다. 전세자금 대출은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출받은 뒤 아이를 더 낳았다면 대출 금리가 1명당 0.2%포인트가 더 떨어진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GettyImagesBank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GettyImagesBank
집을 살 때 이른바 ‘부모 찬스’도 쓸 수 있다.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총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결혼 자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1일 증여분부터 적용된다.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인신고일 전후로 각 2년 내 증여받는 경우가 해당한다.

5월부터는 공공분양을 시작으로 ‘신생아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다. 정부는 연 7만가구 수준의 공공·민간 주택(임대 3만 가구 포함)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분양(연 3만가구)은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2년 이내에 임신·출산을 한 가구에 특별공급 자격을 준다. 민간분량(연 1만가구)은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중 20%를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상반기 중 신혼부부 특별공급 개별 신청을 허용하는 개정안도 시행된다. 신혼부부의 주택 청약 횟수를 기존 부부 합산 1회에서 부부 각각 1회(총 2회)로 늘린다. 당첨 확률이 실질적으로 두 배 높아지는 셈이다.
신혼부부 웃고 빌라주인 울고…부동산 제도, 뭐가 달라지나
지금은 부부가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아파트에 모두 당첨 때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앞으로는 같은 날 발표되는 청약에 남편과 부인이 각각 신청해 중복으로 당첨된다면 먼저 신청한 건을 유효 처리한다. 배우자가 결혼 전 주택을 소유했거나 청약에 당첨된 적이 있더라도 ‘생애 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 본격화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큰 제도 변화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약 1년 전 발의됐던 법안이 여야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지난달 통과됐고 내년 3월 시행 예정이다.

초과 이익 부담금은 재건축 뒤 집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부과되는 세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면제 기준이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완화된다. 부과율을 결정하는 구간 단위도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넓힌다.
신혼부부 웃고 빌라주인 울고…부동산 제도, 뭐가 달라지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현재까지 전국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111개 단지 가운데 40%가량인 44곳은 부담금이 면제된다. 평균 부과액도 현재 8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4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은 면제 대상이 40개 단지 중 7곳에 그치지만, 지방은 44개 단지의 절반이 넘는 25곳에서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인당 5500여만원의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정비업계는 추산했다.

빌라 임대사업자, 더 힘들어진다


올해 초 부동산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한 각종 개정안도 시행된다. 1월부턴 전·월세 계약 때 공인중개사 인적정보 기재가 의무화된다. 전·월세 계약 신고 때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이름, 사무실 주소, 전화번호 등의 인적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등록임대사업자에겐 ‘직격타’가 될 수 있는 규제도 시행된다. 내년 7월부터 공시가의 150%까지 가능했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126%로 낮아진다. 빌라시장은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수준에서 전세가가 정해지기 때문에, 전셋값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수요자 보호를 위한 제도이긴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역전세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2024년 1월부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낮아지는 등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각종 개정안이 시행된다. 사진은 빌라와 오피스텔이 밀집한 화곡동 전경. 임대철 기자
2024년 1월부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낮아지는 등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각종 개정안이 시행된다. 사진은 빌라와 오피스텔이 밀집한 화곡동 전경. 임대철 기자
당장은 신규 임대주택이 대상이며, 기존에 가입돼 있던 주택은 2026년 6월 30일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이 밖에 아파트 관리 투명성 강화(상반기 중), 출산·양육을 위한 주택 취득에 대한 취득세 감면 신설(하반기)도 시행이 예정돼 있다. 출산 자녀와 함께 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가 500만원 한도 내에서 100% 감면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