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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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잊어라, 중요한 것은 만족이다.”

<만족한다는 착각>을 쓴 마틴 슈뢰더 독일 자를란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행복은 감정에 의존하고, 뚜렷한 패턴 없이 지속해서 변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만족감의 규칙은 단순하다. “삶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바와 일치할 때 만족감을 느끼고, 들어맞지 않는 상황에서 불만족을 느낀다.” 행복보다 만족감이 더 믿을 수 있고, 의미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설문조사를 분석해 이를 알아봤다. 기초가 된 설문은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사회경제패널(SOEP)이다. DIW는 1984년부터 8만5000명의 독일인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주제로 한 64만건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책에서 그는 만족도에 대한 결과를 가족, 직장, 재정 상태, 친구, 건강, 정치적 태도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남편이 아이 돌봐주길 바란다지만 집에 없을 때 더 만족" [책마을]
저자는 “우리는 만족시켜 준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우리를 만족시키는 것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예컨대 독일 남성은 자녀가 생기면 대체로 일을 줄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노동 시간과 실제 삶의 만족도를 따져보면 자녀가 있는 독일 남성은 오랜 시간 일할 때, 그것도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 더 길게 일할 때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독일 여성은 배우자가 자녀를 돌보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남편이 집 밖에 오래 있을수록 만족도가 점점 올라간다.

집안일은 누가 하는 게 나을까. 남성은 5대5로 동등하게 나눠서 할 때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아내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고 불만족이 크지는 않았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 자기보다 더 집안일을 많이 할 때 불만족도가 높았다. 동등하거나 자신이 조금 더 많이 할 때 만족했다. 저자는 “여성은 남성이 남자답게 행동할 때 마음에 들어하고 남성은 여성이 여성성을 발산할 때 마음에 들어한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자유 시간은 3~4시간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자유 시간에 따른 만족도는 1~2시간일 때 급상승하고, 3~4시간일 때 평평한 고점을 지나 더 길어지면 오히려 하락했다. 평일 자유 시간이 8시간일 때는 자유 시간이 전혀 없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만족도가 떨어졌다.

책은 이렇게 다양한 만족도 조사를 담고 있다. 자녀 수에 따른 만족도, 소득에 따른 만족도, 연령에 따른 만족도 등이다. 자식과 삶의 만족도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부부가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국과는 상황이 조금 다른 독일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지만 제법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