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중립 정책 추진하다간…" 한은 '뜻밖의 전망'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탄소중립하면 GDP 0.6%p↓" vs "안 하면 부가가치 6%↓"
한국은행이 18일 탄소중립 정책을 펴지 않고 현재의 기후변화 정책을 유지할 경우 "지역별로 최대 6.3%의 부가가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다.
이 시나리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새롭게 펴지 않고, 강수량과 기온은 최악 수준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다. 경남(-3.39%), 전북(-3.4%), 서울(-2.16%) 등도 부가가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영향이 나타나면서 지역간 격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에 비해 대구와 부산, 경남, 전북이 더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별로 보면 부동산업(-20.99%)과 건설업(-9.70%) 등의 부가가치 생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 설치를 늘려야하고, 에너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 이들 산업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소매업도 -7.44%로 감소폭이 컸다. 재고 유지비용이 늘고, 직간접적 재고자산 피해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85~2021년 기상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구와 부산의 부가가치 생산 영향이 각각 -1.03%, -1.31% 등으로 최악 시나리오에 비해서는 악영향이 작았지만 추세는 비슷했다.
기후 변수 중 연간 총강수량은 1000㎜ 증가할 때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장기적으로 2.54%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각 지역의 경제성장에 미치는 한계효과는 대전(-4.03%), 광주(-3.75%), 인천(-3.43%), 대구(-3.11%), 그리고 충남(-3.06%) 지역의 순으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온 상승은 지역별 경제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별 성장에는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은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1.73% 수준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도소매업의 평균 기온 상승에 따른 부정적 한계효과는 -1.85%였다.
이 과장은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탄소 중립에 대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과, 이를 뒷받침하는 적응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월 한은이 발표한 또다른 보고서를 보면 이와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제시된다. 한은은 당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정책이 2021~205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6%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다.
한은은 넷제로 정책으로 편익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가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배출량을 직접 통제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고탄소 산업의 배출권 구입 부담이 커져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국가보다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고탄소 산업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1차금속, 전기공급업, 비금속광제품, 화학물질·화학제품 등 고탄소 산업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6%에 이른다. 한은이 2021년 ‘해외 경제포커스’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탄소 산업 비중은 미국이 10% 안팎이고, 독일은 12%, 일본은 15% 정도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전망되는 데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평균 0.6%포인트의 성장률 감소는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탄소중립을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저탄소 기술 발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 격차를 더 벌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고탄소산업이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이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정책을 강행하는 시나리오에서 이 지역의 2021~2050년 연평균 GRDP 감소폭은 1.5%포인트로 전국 평균(-0.6%포인트)의 2.5배에 달한다. 이 지역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조선 등 국내 주요 산업의 공장이 밀집해 있다. GRDP에서 고탄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1%를 넘는다.
산업 내 석유화학업종 비중이 가장 큰 호남권(광주 전남 전북)의 GRDP 감소폭이 1.2%포인트로 두 번째로 컸다. 충청권(-0.6%포인트), 대구·경북권(-0.5%포인트) 등은 전국 평균 수준이었다. 수도권 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에도 지역간 격차가 커지고,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제시됐다.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이 발전하면 온실가스로 배출되는 탄소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11.5% 감소하는 걸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감소폭은 0.5%포인트로 기존 시나리오(0.6%포인트 감소)에 비해 0.1%포인트 작았다. 동남권과 호남권도 성장률 감소폭이 0.2%포인트씩 축소됐다. 지난 9월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내용은 '탄소중립 이행리스크'라고 구분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분석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에서 제시한 기후변화 자체에 따른 '물리적리스크'와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 같은 현상에 따른 두가지 관점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적이 있다. 이행리스크에 관한 보고서만 나온 시점인 지난 10월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은이 기후위기의 물리적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기후위기를 중장기적 리스크로만 분류할 게 아니라 이미 발생한 물리적 리스크가 우리 물가, 금융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두가지 리스크를 모두 감안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지원 과장은 이날 보고서 발표 후 백브리핑에서 '물리적리스크와 이행리스크를 함께 감안했을 때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 연구를 진행하려는 방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정책을 강하게 가져가면 이행리스크는 높아지지만 물리적리스크는 낮아질 수 있다"며 "서로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탄소중립 손놓고 있다가 부가가치 6% 감소
이지원 한은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중앙은행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최악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022~2027년 5년간 지역별 실질부가가치 영향을 예측한 결과 대구와 부산의 부가가치 영향이 각각 -6.29%, -6.1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이 시나리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새롭게 펴지 않고, 강수량과 기온은 최악 수준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다. 경남(-3.39%), 전북(-3.4%), 서울(-2.16%) 등도 부가가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영향이 나타나면서 지역간 격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에 비해 대구와 부산, 경남, 전북이 더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별로 보면 부동산업(-20.99%)과 건설업(-9.70%) 등의 부가가치 생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 설치를 늘려야하고, 에너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 이들 산업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소매업도 -7.44%로 감소폭이 컸다. 재고 유지비용이 늘고, 직간접적 재고자산 피해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85~2021년 기상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구와 부산의 부가가치 생산 영향이 각각 -1.03%, -1.31% 등으로 최악 시나리오에 비해서는 악영향이 작았지만 추세는 비슷했다.
기후 변수 중 연간 총강수량은 1000㎜ 증가할 때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장기적으로 2.54%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각 지역의 경제성장에 미치는 한계효과는 대전(-4.03%), 광주(-3.75%), 인천(-3.43%), 대구(-3.11%), 그리고 충남(-3.06%) 지역의 순으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온 상승은 지역별 경제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별 성장에는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은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1.73% 수준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도소매업의 평균 기온 상승에 따른 부정적 한계효과는 -1.85%였다.
이 과장은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탄소 중립에 대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과, 이를 뒷받침하는 적응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추진이 GDP 0.6%포인트 낮춰
이 보고서만 보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부가가치를 크게 낮추는 상황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지난 9월 한은이 발표한 또다른 보고서를 보면 이와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제시된다. 한은은 당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정책이 2021~205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6%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다.
한은은 넷제로 정책으로 편익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가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배출량을 직접 통제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고탄소 산업의 배출권 구입 부담이 커져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국가보다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고탄소 산업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1차금속, 전기공급업, 비금속광제품, 화학물질·화학제품 등 고탄소 산업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6%에 이른다. 한은이 2021년 ‘해외 경제포커스’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탄소 산업 비중은 미국이 10% 안팎이고, 독일은 12%, 일본은 15% 정도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전망되는 데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평균 0.6%포인트의 성장률 감소는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탄소중립을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저탄소 기술 발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 격차를 더 벌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고탄소산업이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탄소중립 정책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이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정책을 강행하는 시나리오에서 이 지역의 2021~2050년 연평균 GRDP 감소폭은 1.5%포인트로 전국 평균(-0.6%포인트)의 2.5배에 달한다. 이 지역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조선 등 국내 주요 산업의 공장이 밀집해 있다. GRDP에서 고탄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1%를 넘는다.
산업 내 석유화학업종 비중이 가장 큰 호남권(광주 전남 전북)의 GRDP 감소폭이 1.2%포인트로 두 번째로 컸다. 충청권(-0.6%포인트), 대구·경북권(-0.5%포인트) 등은 전국 평균 수준이었다. 수도권 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에도 지역간 격차가 커지고,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제시됐다.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이 발전하면 온실가스로 배출되는 탄소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11.5% 감소하는 걸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감소폭은 0.5%포인트로 기존 시나리오(0.6%포인트 감소)에 비해 0.1%포인트 작았다. 동남권과 호남권도 성장률 감소폭이 0.2%포인트씩 축소됐다.
이행리스크 vs 물리적리스크 모두 감안해야
이런 상황에서는 두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적이 있다. 이행리스크에 관한 보고서만 나온 시점인 지난 10월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은이 기후위기의 물리적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기후위기를 중장기적 리스크로만 분류할 게 아니라 이미 발생한 물리적 리스크가 우리 물가, 금융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두가지 리스크를 모두 감안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지원 과장은 이날 보고서 발표 후 백브리핑에서 '물리적리스크와 이행리스크를 함께 감안했을 때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 연구를 진행하려는 방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정책을 강하게 가져가면 이행리스크는 높아지지만 물리적리스크는 낮아질 수 있다"며 "서로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