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이 경남 창원공장에서 자사 핵심 부품인 컨트롤암을 소개하고 있다. 창원=최형창 기자
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이 경남 창원공장에서 자사 핵심 부품인 컨트롤암을 소개하고 있다. 창원=최형창 기자
지난 14일 경남 창원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 씨티알(CTR)공장. 작업장에 들어서자 주황색 로봇팔들이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각 부품을 끼워맞추고 있었다. 당장 전면 무인화가 가능했지만, 노사 상생을 중시하는 사풍을 이어가고자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중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부품들은 현대차뿐 아니라 벤츠, BMW 등 전세계 완성차 업체로 나간다.

벤츠·BMW 등 전세계 완성차 43개사가 고객

가장 눈에 띄는 납품처는 북미 지역 최대 전기차 생산기업이다. CTR은 다른 부품사들이 주저하던 2013년부터 과감하게 이 회사 부품 공급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는 전세계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은 “북미 최대 전기차 회사 제품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견적을 먼저 요청해온다”며 “무조건 수주하는 건 아니지만 전기차를 만들 때 CTR 부품이 우선 고려대상에 들어가게 됐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CTR은 1952년 창업주인 강이준 회장이 부산 국제시장에서 ‘신라상회’라는 이름의 자동차 부품 가게로 출발했다. 현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씨티알모빌리티를 포함해 9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으로,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만 43개에 이른다. 올해 4월에는 센트랄에서 CTR로 사명을 바꾸면서 단순 부품사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포했다.
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이 경남 창원공장에서 자동화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창원=최형창 기자
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이 경남 창원공장에서 자동화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창원=최형창 기자

트렌드 읽은 강상우 부회장전기차 전환 내다본 혜안

70년 전통의 CTR이 전기차로의 변화를 일찌감치 준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 부회장의 추진력이 있었다. 3세 경영자인 강 부회장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부친인 강태룡 회장의 호출로 2012년 CTR에 입사했다. 강 부회장은 “전세계 트렌드를 보면 배기가스를 줄이는 법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내연기관차를 단순히 가볍게 만든다고 해서 그 법규를 충족하지는 못할 것 같았고, 결국 답은 전기차뿐이었다”고 설명했다.

CTR그룹은 자동차용 현가(자동차용 차량의 차대 등 프레임에 바퀴를 고정하는 완충장치), 조향(자동차의 진행방향을 바꾸기 위해 바퀴의 회전축방향을 바꿔주는 장치), 정밀가공, 구동 부품을 생산한다. 특히 내세우는 부품은 볼조인트와 컨트롤암이다. 볼조인트는 자동차 바퀴의 상하 및 좌우 방향 전환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절 부위 부품이다. 자동차 운행을 부드럽게 하고 충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알루미늄 컨트롤암은 CTR이 자동차 본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경량화에 성공한 덕분에 전세계 전기차 회사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 1조7300억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사우디와 합작 법인 소재 사업까지 검토

CTR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친환경 자동차 부품 합작 회사 설립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사우디 투자부(MISA)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창원공장을 찾았다. 강 부회장은 “전기차의 핵심 경량화 소재는 알루미늄인데 사우디는 알루미늄 산업의 밸류 체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CTR은 현재 단조-가공-조립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우디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활용해 소재 사업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사우디 정부와 협의하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재를 받아 주조·압출을 통해 자동차 부품 소재 사업을 넘어 항공과 철도 등 진출도 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TR그룹은 현재 10여개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인공지능(AI)기반 품질 검사를 할 수 있는 아이브, 블록체인 모빌리티 플랫폼 엠블 등에 투자했다. 강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업에서 혁신하자고 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데 스타트업 직원들과 협업을 하다보면 젊은 감각을 익히고 일하는 방식도 되돌아보게 된다”며 “작게나마 투자해보고 나중엔 인수·합병까지 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