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운하리스크에 해운주 급등…"에버기븐호 사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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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의 수에즈운하 회피 따른 공급축소로 운임지수 반등
물류대란 반복 가능성 언급되지만…“공급 우위에 항만적체도 없어” 해운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아시아를 출발한 선박이 각각 유럽과 미주 동안으로 진입하는 주요 관문인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에서 운항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2021년 3월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에버기븐호가 좌초해 물류대란이 발생한 뒤 해상운임과 해운주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가 해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다만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당시와 현재의 글로벌 해운업계 상황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선복(화물을 실을 선박 내 공간)이 부족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선복이 부족하지 않고 항만적체도 해소된 상황이라고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잇따라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영향이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반군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중 이스라엘과 조금이라고 관련됐다고 판단되면 공격을 가하고 있다.
글로벌 1‧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를 비롯해 3위인 프랑스 CMA-CGM,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에 이어 한국 최대 국적선사인 HMM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거쳐 지중해로 진입하는 것으로 노선을 조정했다.
선사들이 지중해로 진입하기 위해 아프리카대륙을 돌게 되면 선복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운항시간이 왕복 기준 2주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현재 유럽노선에 12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회로를 선택하면 같은 양의 화물을 운송하는 데 14척의 선박을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리막을 타던 해상 컨테이너운임이 반등했다.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1093.52로, 일주일 전 대비 5.9% 상승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동량이 증가하는) 내년 초 중국의 춘절 전에 화물 수송 계약 체결을 위해 일부 화주들이 움직이는 데 따른 수요 개선과 수에즈운하 차질에 따른 공급 축소가 동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물류대란으로 수년째 1000을 밑돌던 SCFI는 상승세를 타며 2022년초에는 5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HMM 주가가 돋보이는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 5월27일 5만600원까지 올랐다. 연초 이후 262.7% 오른 수준이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해운사들은 노후선박 폐선에 나섰지만, HMM은 신조선박을 인도받아 선복 공급 부족 사태의 최대 수혜를 받았았다. 주식시장에선 이 종목에 ‘흠슬라’(HMM+테슬라)라는 별명을 붙기도 했다.
이번에는 파나마운하까지 문제다. 도크에 물을 채워 선박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통과하기에 물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 지역의 가뭄으로 인해 운행량이 줄었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에서 미주 동쪽 해안으로 이동하는 거리를 줄여준다. 이를 이용하지 못하면 남아메리카대륙을 돌아야 한다.
다만 해운업계는 이번 양대 운하 운항 차질 문제가 해상운송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정도이지, 2021~2022년처럼 해상운임이 몇 배씩 치솟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화물 운송 수요가 꺾였고, 항만 적체가 해소된 데다, 선복이 더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작년부터 선복 공급 증가율이 컨테이너 운송 수요 증가율을 2년째 웃돌고 있다. 내년에는 물동량이 3.7% 늘어날 전망이지만, 전체 선대의 약 10%에 달하는 신조선박이 인도될 예정이다. 올해 10월초 기준 신조선박 발주 잔량은 747만TEU로, 현재 선대의 약 27.5%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선사들의 수에즈운하 회피 따른 공급축소로 운임지수 반등
물류대란 반복 가능성 언급되지만…“공급 우위에 항만적체도 없어” 해운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아시아를 출발한 선박이 각각 유럽과 미주 동안으로 진입하는 주요 관문인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에서 운항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2021년 3월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에버기븐호가 좌초해 물류대란이 발생한 뒤 해상운임과 해운주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가 해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다만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당시와 현재의 글로벌 해운업계 상황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선복(화물을 실을 선박 내 공간)이 부족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선복이 부족하지 않고 항만적체도 해소된 상황이라고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 돌아 지중해 진입…선복공급 축소 효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HMM은 14.12% 오른 1만7540원에, 흥아해운은 9.47% 상승한 237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대한해운과 팬오션도 각각 4.48%와 4.11% 올랐다.글로벌 해운사들이 잇따라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영향이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반군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중 이스라엘과 조금이라고 관련됐다고 판단되면 공격을 가하고 있다.
글로벌 1‧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를 비롯해 3위인 프랑스 CMA-CGM,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에 이어 한국 최대 국적선사인 HMM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거쳐 지중해로 진입하는 것으로 노선을 조정했다.
선사들이 지중해로 진입하기 위해 아프리카대륙을 돌게 되면 선복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운항시간이 왕복 기준 2주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현재 유럽노선에 12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회로를 선택하면 같은 양의 화물을 운송하는 데 14척의 선박을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리막을 타던 해상 컨테이너운임이 반등했다.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1093.52로, 일주일 전 대비 5.9% 상승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동량이 증가하는) 내년 초 중국의 춘절 전에 화물 수송 계약 체결을 위해 일부 화주들이 움직이는 데 따른 수요 개선과 수에즈운하 차질에 따른 공급 축소가 동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전 해운주 급등 불러온 “물류대란” 언급되지만…“상황 다르다”
주식시장 일각에서는 ‘물류대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2021년 3월에도 파나마선적의 ‘에버기븐호’가 좌초돼 수에즈운하를 가로막으면서 심화된 물류대란 당시의 주가 흐름이 재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당시 물류대란으로 수년째 1000을 밑돌던 SCFI는 상승세를 타며 2022년초에는 5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HMM 주가가 돋보이는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 5월27일 5만600원까지 올랐다. 연초 이후 262.7% 오른 수준이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해운사들은 노후선박 폐선에 나섰지만, HMM은 신조선박을 인도받아 선복 공급 부족 사태의 최대 수혜를 받았았다. 주식시장에선 이 종목에 ‘흠슬라’(HMM+테슬라)라는 별명을 붙기도 했다.
이번에는 파나마운하까지 문제다. 도크에 물을 채워 선박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통과하기에 물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 지역의 가뭄으로 인해 운행량이 줄었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에서 미주 동쪽 해안으로 이동하는 거리를 줄여준다. 이를 이용하지 못하면 남아메리카대륙을 돌아야 한다.
다만 해운업계는 이번 양대 운하 운항 차질 문제가 해상운송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정도이지, 2021~2022년처럼 해상운임이 몇 배씩 치솟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화물 운송 수요가 꺾였고, 항만 적체가 해소된 데다, 선복이 더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작년부터 선복 공급 증가율이 컨테이너 운송 수요 증가율을 2년째 웃돌고 있다. 내년에는 물동량이 3.7% 늘어날 전망이지만, 전체 선대의 약 10%에 달하는 신조선박이 인도될 예정이다. 올해 10월초 기준 신조선박 발주 잔량은 747만TEU로, 현재 선대의 약 27.5%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