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통과에도…웃지 못하는 상계주공3단지
"옆 단지인 상계주공 5단지가 분담금 5억원을 통보받았는데 특별법이 통과되든 말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상계주공 3단지도 매수 문의가 끊긴 지 오래입니다."(서울 노원구 상계동 J 공인중개사 대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택시 개발지구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수혜 대상으로 꼽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택시 개발지구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노원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상계주공3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택시 개발지구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노원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상계주공3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노원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상계주공3단지도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 절벽으로 매수세가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에서 불어넣은 순풍은 고물가·고금리 삭풍을 이기지 못했다.

상계동,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대상 됐지만


노원구 상계동은 1980년대 강남구 개포동, 강동구 고덕동, 양천구 목동에 이어 네 번째로 들어선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다. 이곳에 총 3만7141가구가 산다. 1단지에서 16단지까지는 상계동에, 17단지부터 19단지는 창동에 있다. 같은 상계동이지만 1단지는 중계동 인근, 14·15·16단지는 마들역 인근이다. 지하철 7호선 두 정거장이다.
상계주공 3단지는 총 26개 동 2231가구로 이뤄진 대단지인데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이 단지와 붙어있어서 노원구의 차세대 대장주로 꼽힌다. 상계주공 3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상계주공 3단지는 총 26개 동 2231가구로 이뤄진 대단지인데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이 단지와 붙어있어서 노원구의 차세대 대장주로 꼽힌다. 상계주공 3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상계동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와 함께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대상이 됐다.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 100만㎡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한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정비사업 추진 시 최고 500%까지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완화 및 면제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상계주공 3단지는 노원구의 차세대 대장주로 꼽힌다. 총 26개 동 2231가구로 이뤄진 대단지인데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이 단지와 붙어있어서다. 노원구청이 바로 옆에 있다. 사업 속도도 빠르다. 지난 5월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상계주공 5단지에 이어 이 일대에서 두 번째로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월엔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주로 소형 평형(전용 45~78㎡)이라서 20~30대 젊은 층의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최고 15층짜리 중층 단지라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이 적용되면 종 상향 혜택을 얻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특별법 호재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우선 매수세가 끊겼다. 상계주공 3단지에서 가장 가구 수가 많은 주택형인 전용 59㎡(2231가구 중 1458가구)는 지난 9월 7억원에 매도된 이후 3개월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주택형도 전·월세 거래만 종종 이어지고 매매는 끊겼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 문의는 없는데 집주인은 호재가 있으니 값을 낮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담금 5억원? 차라리 신축 아파트 사지"


상계동 부동산이 찬 바람이 부는 또 다른 이유는 상계주공 5단지의 분담금 소식 때문이다. 상계동 일대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사업속도가 빠른 상계주공 5단지는 상계주공 3단지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으로부터 걸어서 500m 남짓인 역세권이다. 5층 이하의 저층 단지다. 전용 37㎡ 단일평형 840가구로 이뤄졌다.
상계주공 5단지는 최근 전용 84㎡ 재건축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가구당 분담금이 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계주공 5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상계주공 5단지는 최근 전용 84㎡ 재건축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가구당 분담금이 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계주공 5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상계주공 5단지 조합 집행부가 지난달 재건축 예상 공사비 등을 근거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소유주가 전용 84㎡ 재건축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가구당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전용 59㎡도 3억~4억원가량 내야 한다. 이 단지 집값이 5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집값만큼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상계주공 5단지는 지난달 전체 회의를 열고 올해 1월 시공사로 선정한 GS건설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상계주공 5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상계주공 5단지는 지난달 전체 회의를 열고 올해 1월 시공사로 선정한 GS건설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상계주공 5단지 모습. /김동주 기자
과도한 분담금으로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이 장기 표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소유주는 지난달 전체 회의를 열고 올해 1월 시공사로 선정한 GS건설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예상보다 가구당 분담금이 늘었고 공사 기간이 길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I 공인 대표는 "분담금 5억원은 강남 아파트라도 부담이 큰 금액"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저층도 이 정도인데 중층인 다른 곳이 되겠냐"고 말했다.

분담금 낼 바엔 차라리 신축을 사겠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미 재건축을 완료한 포레나노원(상계주공 8단지)도 분위기가 차갑긴 매한가지였다. 상계주공의 유일한 신축 단지인 포레나노원은 총 1062가구 최고 30층으로 이뤄졌다. 상계동 F 공인 대표는 "단지 근처 청원초교가 사립학교라 11~12월이면 학부모가 돈과 무관하게 집을 구했는데 올해는 그런 문의도 뚝 끊겼다"며 "지금은 급매로 나온 물량도 팔리질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노원구는 서울대병원과 협력,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약 25만㎡ 부지에 바이오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I 공인 대표는 "아무리 빨라도 5~10년은 걸릴 텐데 지금 당장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 운전면허시험장 둘 다 지금 당장 한꺼번에 옮겨지지 않는 이상 집값에 '호재'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했다.

김동주/심은지 기자 djdd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