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내내 '이것'만 보는 친구와 손절"…20대 여대생 '한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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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스타그램 스토리 'Z세대 이용률 1위'
"사람 간 만남 집중 안 하는 '스토리 집착' 문제"
전문가 "젊은 층 SNS 인식 양극화될 것" 경고도
"사람 간 만남 집중 안 하는 '스토리 집착' 문제"
전문가 "젊은 층 SNS 인식 양극화될 것" 경고도
"해외여행을 갔는데 같이 간 친구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만 보더라고요. 그 문제로 여행 내내 싸우다가 결국 '손절' 했습니다."
20대 대학생 이모 씨(24·여)는 연말을 맞아 친구와 여행하던 중 사화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으로 이 같은 문제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번에 절연한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 중에도 스토리를 올리고 누가 읽었는지에 몰두해있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인 만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집착증'에 걸린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하는 사람은 이씨만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는 "중요한 연락은 뒷전으로 한 채 스토리 올리기 바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람을 만나도 사진을 찍고 스토리를 올리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대화를 못 나누는 경우가 여럿이다" 등 한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토리는 인스타그램에 사진, 영상 등을 올리고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단발성 게시물이다. 어떤 사용자가 자신의 스토리를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 등 소소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가 젊은 세대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건, 그만큼 해당 세대의 스토리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은 국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올해 가장 많이 이용한 기능이 스토리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인스타그램이 소비자 데이터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함께 Z세대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결과, Z세대가 가장 많이 기능 1위는 스토리(26.8%)였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0.7%는 하루 평균 1~3개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9.9%는 인스타그램을 켜서 가장 먼저 상단 스토리 게시물 확인하는 만큼, 스토리 확인이 습관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은 "스토리가 일상 속 순간을 공유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스토리가 올라오는 것과 관련,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3개월 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다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친구 중에서 만날 때마다 '스토리에 올려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를 함께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스토리용 사진을 담아내는 것에 정신없어 보였다"며 "스토리에 환멸을 느껴 그냥 앱을 삭제했고, 주변에도 이런 문제를 심각히 여기는 또래가 많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게시물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인간관계를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게시물에 사진을 올리는 것과 정신 건강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18세부터 62세 사이 인스타그램 이용자 4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진을 많이 올리는 이용자일수록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행위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소원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SNS에 사진을 많이 올릴수록 긍정적인 반응 뿐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도 많아지게 되는데, 이는 인간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에는 메타플랫폼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 등 33개 주 정부로부터 무더기 소송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 주는 인스타그램이 과도한 중독성으로 10대 청소년 등의 정신 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가 미성년자들이 인스타그램에 더 오래 머무르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가 하면, 알고리즘과 알림 설정,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피드를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 등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토리는 보고, 올리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중독성을 가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스토리는 단발성 게시물에 해당해 '희귀하다'는 생각을 심어준다"며 "스토리가 중독성을 조장한다는 문제는 플랫폼이나 개별 이용자에게 법에 따른 제재를 가할 영역에 해당하지도 않아서, 전문가 등이 나서 개별 이용자에게 문제를 지적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20대 대학생 이모 씨(24·여)는 연말을 맞아 친구와 여행하던 중 사화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으로 이 같은 문제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번에 절연한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 중에도 스토리를 올리고 누가 읽었는지에 몰두해있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인 만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집착증'에 걸린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하는 사람은 이씨만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는 "중요한 연락은 뒷전으로 한 채 스토리 올리기 바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람을 만나도 사진을 찍고 스토리를 올리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대화를 못 나누는 경우가 여럿이다" 등 한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토리는 인스타그램에 사진, 영상 등을 올리고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단발성 게시물이다. 어떤 사용자가 자신의 스토리를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 등 소소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가 젊은 세대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건, 그만큼 해당 세대의 스토리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은 국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올해 가장 많이 이용한 기능이 스토리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인스타그램이 소비자 데이터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함께 Z세대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결과, Z세대가 가장 많이 기능 1위는 스토리(26.8%)였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0.7%는 하루 평균 1~3개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9.9%는 인스타그램을 켜서 가장 먼저 상단 스토리 게시물 확인하는 만큼, 스토리 확인이 습관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은 "스토리가 일상 속 순간을 공유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스토리가 올라오는 것과 관련,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3개월 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다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친구 중에서 만날 때마다 '스토리에 올려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를 함께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스토리용 사진을 담아내는 것에 정신없어 보였다"며 "스토리에 환멸을 느껴 그냥 앱을 삭제했고, 주변에도 이런 문제를 심각히 여기는 또래가 많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게시물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인간관계를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게시물에 사진을 올리는 것과 정신 건강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18세부터 62세 사이 인스타그램 이용자 4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진을 많이 올리는 이용자일수록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행위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소원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SNS에 사진을 많이 올릴수록 긍정적인 반응 뿐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도 많아지게 되는데, 이는 인간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에는 메타플랫폼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 등 33개 주 정부로부터 무더기 소송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 주는 인스타그램이 과도한 중독성으로 10대 청소년 등의 정신 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가 미성년자들이 인스타그램에 더 오래 머무르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가 하면, 알고리즘과 알림 설정,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피드를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 등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토리는 보고, 올리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중독성을 가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스토리는 단발성 게시물에 해당해 '희귀하다'는 생각을 심어준다"며 "스토리가 중독성을 조장한다는 문제는 플랫폼이나 개별 이용자에게 법에 따른 제재를 가할 영역에 해당하지도 않아서, 전문가 등이 나서 개별 이용자에게 문제를 지적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