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흔들림 없는 100년 기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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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경제 이끈 노보노디스크
韓 상속세 구조에선 불가능한 꿈"
이심기 부국장 겸 B&M 에디터
韓 상속세 구조에선 불가능한 꿈"
이심기 부국장 겸 B&M 에디터
올해의 승자는 덴마크다.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이달 초 전 세계 64개국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다. 덴마크는 스위스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내로라하는 강소국을 제치고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로 평가받았다. 세계 GDP(국내총생산) 37위 수준에, 1인당 소득이 월등히 많은 자원부국을 제치고 덴마크가 1위에 꼽힌 이유는 뭘까.
이코노미스트들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을 몰고 온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후광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덴마크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0.6%)의 2배인 1.2%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노보노디스크가 이끄는 제약산업의 약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330억달러로 덴마크 GDP(4054억달러)를 뛰어넘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1923년 설립된 노보노디스크가 100년간 창업 이념을 지켜낼 수 있는 지배구조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창업자 부부가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지분율은 28%지만 의결권은 77%에 달한다. 재단이 전적으로 보유한 클래스A 주식의 의결권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클래스B 주식의 10배다. 질병 퇴치라는 인류 공공의 선(善)을 추구한다는 기업 가치를 지켜내는 비결이다.
재단에 귀속된 지분에 대해선 상속·증여세도 면제된다. 대신 수익의 일부는 기부금 형태로 생명과학 지원 등에 쓰고 있다. 재단이 최근 2년간 기부한 금액만 23억달러가 넘는다. 이는 제약산업 생태계 저변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맥주회사 칼스버그, 완구회사 레고 등 덴마크의 또 다른 대표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족재단 설립과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가업 승계와 공익 실현 두 가지 목표를 이루고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도 기업 가문의 경영권을 보장받고, 대신 재단을 통한 수익금을 자연과학과 기술, 의학 분야 연구에 지원한다. 미국 록펠러재단, 미국 게이츠재단, 네덜란드 이케아재단, 홍콩 RS그룹, 싱가포르 임팩트투자익스체인지 모두 창업 가문이 설립한 민간 재단을 통해 혁신 투자가 이뤄지는 대표 사례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창업가의 가업 승계와 부의 상속 과정에서 형성된 민간자본이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구조가 불가능하다. 경영권 할증까지 더해 최대 60%에 이르는 상속세 때문이다. 덴마크(15%)의 4배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29%를 창업주 유족이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정부에 주식으로 물납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다. 졸지에 NXC의 2대주주가 된 정부는 세금 회수를 위해 지분을 시장에서 공개매각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다. 30~40대 벤처 및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하려는 의지와 도전정신을 떨어뜨린다’는 응답이 93%로 나타났다. 중견기업 14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라고 응답한 경영인이 81%에 달했다. 상당수는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2040년대에는 역성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기업이 사라지는 한 성장은 요원하다. 덴마크식 자본주의를 따라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창업가정신을 이어갈 퇴로를 열어주고 100년 기업의 토대를 세워야 한다. 한국은 인구 소멸보다 빠른 기업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잃어버린 30년’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을 몰고 온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후광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덴마크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0.6%)의 2배인 1.2%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노보노디스크가 이끄는 제약산업의 약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330억달러로 덴마크 GDP(4054억달러)를 뛰어넘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1923년 설립된 노보노디스크가 100년간 창업 이념을 지켜낼 수 있는 지배구조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창업자 부부가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지분율은 28%지만 의결권은 77%에 달한다. 재단이 전적으로 보유한 클래스A 주식의 의결권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클래스B 주식의 10배다. 질병 퇴치라는 인류 공공의 선(善)을 추구한다는 기업 가치를 지켜내는 비결이다.
재단에 귀속된 지분에 대해선 상속·증여세도 면제된다. 대신 수익의 일부는 기부금 형태로 생명과학 지원 등에 쓰고 있다. 재단이 최근 2년간 기부한 금액만 23억달러가 넘는다. 이는 제약산업 생태계 저변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맥주회사 칼스버그, 완구회사 레고 등 덴마크의 또 다른 대표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족재단 설립과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가업 승계와 공익 실현 두 가지 목표를 이루고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도 기업 가문의 경영권을 보장받고, 대신 재단을 통한 수익금을 자연과학과 기술, 의학 분야 연구에 지원한다. 미국 록펠러재단, 미국 게이츠재단, 네덜란드 이케아재단, 홍콩 RS그룹, 싱가포르 임팩트투자익스체인지 모두 창업 가문이 설립한 민간 재단을 통해 혁신 투자가 이뤄지는 대표 사례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창업가의 가업 승계와 부의 상속 과정에서 형성된 민간자본이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구조가 불가능하다. 경영권 할증까지 더해 최대 60%에 이르는 상속세 때문이다. 덴마크(15%)의 4배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29%를 창업주 유족이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정부에 주식으로 물납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다. 졸지에 NXC의 2대주주가 된 정부는 세금 회수를 위해 지분을 시장에서 공개매각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다. 30~40대 벤처 및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하려는 의지와 도전정신을 떨어뜨린다’는 응답이 93%로 나타났다. 중견기업 14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라고 응답한 경영인이 81%에 달했다. 상당수는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2040년대에는 역성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기업이 사라지는 한 성장은 요원하다. 덴마크식 자본주의를 따라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창업가정신을 이어갈 퇴로를 열어주고 100년 기업의 토대를 세워야 한다. 한국은 인구 소멸보다 빠른 기업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잃어버린 30년’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