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는 증시에서 워낙 존재감이 커 영화 ‘황야의 7인’의 원제에서 따온 ‘매그니피센트 세븐(The magnificent seven)’으로 불린다. 이들 기업 주가는 올해에만 평균 75%(지난 15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S&P500에 속한 나머지 493개 기업 주가가 평균 12% 상승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경기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투자자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주가 75% 상승…'매그니피센트7'이 美 증시 이끌었다
17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시가총액은 미국 S&P500 기업 시총 전체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상위 7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세계 증시의 약 85%를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에서 매그니피센트 세븐 비중은 일본, 프랑스, 중국, 영국 증시의 시총 총합보다 크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주가는 평균 40% 하락하며 나머지 S&P500 기업의 평균 낙폭(-12%)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이 본격화하면서 이 흐름에 힘입어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한 MS 주가는 올해 55% 상승해 지난 1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I용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한 엔비디아 주가는 세 배 이상 뛰어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섰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미국 기업 전체의 이익 증가에도 크게 기여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S&P500 기업의 수익은 0.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기여가 없었다면 수익은 오히려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술주의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유럽을 중심으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관련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게 변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8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규제법(AI ACT)’에 합의했다. AI 기술을 위험 정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눈 뒤 규제를 각기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안면 인식 기술은 가장 강한 규제를 받는 ‘용인할 수 없는(unacceptable) 위험’으로 정하고 활용 분야를 국가 안보 등으로 제한했다. 또 기업이 해당 규제를 어길 경우 최대 3500만유로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투자자들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리피니티브 리퍼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기술 중심 주식 뮤추얼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41억달러가 들어왔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순유입한 액수(약 79억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대신 산업·소재·운송처럼 올해 부진했던 업종의 기업들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먼드 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트 오튼 수석전략가는 “달러 가치 하락과 금리 하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부 소형주와 신흥국 시장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권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