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을 품는다.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팬오션이 HMM 인수를 마무리하면 한국 해운 물류의 중추 역할을 하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한다. 하림은 단숨에 재계 순위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른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은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 안팎을 써냈다. 동원그룹의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측은 인수 희망가를 비롯해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 뒤 경영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유예 요청 등 논란이 된 주주 간 계약과 관련한 요구 사항은 하림이 더 이상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그룹의 인수 주체는 팬오션이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주 네트워크를 공유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연료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부터 가공식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하림그룹에 HMM 인수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해운업황이 고꾸라진 상황인 만큼 인수 이후 하림의 HMM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 3분기 HMM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하림은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JKL파트너스의 도움을 받고,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데 더해 팬오션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하림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하림은 인수 후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자신감을 보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한국을 세계 5대 해운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팬오션 인수 경험을 바탕으로 HMM의 경쟁력을 높여 일각에서 제기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를 씻겠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수정/최한종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