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회사를 뒤흔들 90년대생이 온다."

2018년 출간된 <90년생이 온다>는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맥락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들. '꼰대'에 분개하고 당돌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낯선 세대'의 등장을 예고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숨 가쁘게 바뀌는 세태를 반영한 것일까.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5년 만에 10년 뒤 세대를 내다보는 후속작이 나왔다. 임홍택 저자의 <2000년생이 온다>는 다가올 2000년생들을 "실패하는 법도, 손해 보는 법도 모르는 탈회사형 AI 인간"으로 규정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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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0'으로 시작하는 이들은 벌써 취업전선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9년 이미 고등학교 졸업자 6.5%가 사회로 나왔다. 저자가 업무 현장에서 취재한 이들의 사례는 낯설게 느껴진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저의 몫으로 할당된 회식비를 돈으로 주세요" "대리님, 앞으로는 과장님 서류 출력해오실 때 제 것도 부탁드려요" 등 1990년대생 고참들을 당황하게 할 정도다.

흔히 MZ세대(1980~2012년생)로 묶이지만, 저자는 2000년대생들이 이전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마주한 사건이 다르다. 1980년대생들을 기다린 것은 IMF 외환위기였다. 1990년대생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투명해진 미래를 걸어 나가야 했다. 사회 전반적인 실업과 경기 침체를 목도한 이들한테 안정적인 직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반면 2000년대생들이 마주한 것은 2010년대 후반 코인 열풍이었다. 개인의 자산이 손바닥 뒤집듯 오르내렸다. 회사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고,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해도 미래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가세했다. 이들에게 직장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근속이 아닌 퇴사를 목표로 하는 조직", "마치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사장이 나를 잠시 구독하는 관계"에 불과하다.
<2000년생이 온다>(임홍택 지음, 십일프로)
<2000년생이 온다>(임홍택 지음, 십일프로)
직장에서 2000년대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한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이란 키워드가 힌트다. 마치 기계 인간을 상대하듯, 객관적인 잣대로 회사가 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을 권한다. 저자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작업을 분배하고, 마찰이 생길만한 부분에 대해 명확한 규칙을 세울 것"을 조언한다.

'1990년대생보다 낯선 세대'에 대한 여러 사례들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많은 세대론이 그렇듯, 특정 세대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