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폭언 논란으로 해임안 상정됐으나 찬성 53.27% 그쳐
퇴진운동 노조 "결과에 답답, 내부 견제 기구 없어 아쉬워"
순정축협 조합장 해임안 부결…"찬·반측 갈등·후유증 우려"
직원에 대한 폭행·폭언 논란을 빚은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에 대한 해임안 투표가 부결로 마무리되면서 찬·반 조합원 간 갈등과 반목이 심화해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대영 순정축협 노동조합지회장은 17일 저녁 투표 결과 발표 직후 "A조합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는데 부결돼서 답답하고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권과 예산집행권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조합장은 폭언이나 폭행 등 윤리 문제가 제기돼도 내부에 마땅히 견제할 기구가 없는 구조 탓에 투표를 통한 조합장 사퇴를 기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우리 손으로 뽑은 조합장을 한 번의 실수로 내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번 결과가 사퇴할 만큼의 잘못은 아니었음을 방증한 셈"이라며 부결의 당위를 거듭 주장했다.

A조합장은 지난 9월 한 식당에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40대 직원들을 때리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조는 A조합장이 순창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노조원을 폭행하는 등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직장 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근로 의욕을 떨어트렸다고 주장했다.

노동 당국도 특별근로감독팀을 꾸려 순정축협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 등을 조사하자 지역 주민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장 사퇴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투표는 그런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 10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A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실시됐다.

순정축협 조합장 해임안 부결…"찬·반측 갈등·후유증 우려"
하지만 이날 조합장 해임안 투표가 부결돼 A조합장이 업무를 이어가게 되면서 조합 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A조합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그동안 두 달 넘게 팽팽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노조와 순창대의원협의회 등이 결성한 '순정축협 폭행 조합장 퇴진 공동운동본부'가 퇴진 결의대회를 열자 인근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해임안 투표 반대를 독려하기도 했다.

조합장의 사퇴 투표를 놓고 한솥밥을 먹던 조합원들이 찬반으로 갈라지면서 조합원 간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이다.

한 순정축협 내부 관계자는 "해임안 투표 상정 이후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 분위기가 망가졌고, 조합장이 해임안을 들고나온 조합원들에게 어떤 인사 조처를 할지도 미지수"라며 "부결에 대한 진통과 후유증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치러진 순정축협 A조합장 해임 투표에서는 투표 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투표에는 조합원 2천284명 중 84.3%인 1천926명이 투표에 참여해 1천26명(53.27%)이 찬성했고 반대는 899명, 무효는 1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