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달러 쏟은 쿠팡, 명품까지 삼키나…"엄청난 기회" 자신감 [오정민의 유통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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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명품 플랫폼 품는 '진격의 쿠팡'
190개국 진출 파페치 인수…5억달러 투자
약점 꼽히던 패션·명품 경쟁력 강화
2018년 상장한 파페치 비상장사 전환
190개국 진출 파페치 인수…5억달러 투자
약점 꼽히던 패션·명품 경쟁력 강화
2018년 상장한 파페치 비상장사 전환
그야말로 '진격의 쿠팡'이다.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세계 1위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파페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파페치 인수로 쿠팡은 단숨에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약점으로 꼽히던 패션과 명품 분야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쿠팡Inc는 "영국법에 의거한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 process)를 통해 아테나는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할 것"이라며 "다만 아테나가 관련 규제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비스포크)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와 접하도록 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쿠팡이 인수하면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파페치는 2008년 론칭 후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명품을 판매하는 유럽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현재 190여 개국 소비자에게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1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모조품 우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세계 1위로 입지를 굳혔다. 2019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마셀로블론, 팜 엔젤스 등을 운영하는 이탈리아 뉴가즈그룹을 인수하며 브랜드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 미국 스타디움 굿즈도 산하에 두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가 파페치에겐 기회가 됐다.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대신 소비자에게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선보여 급성장했다. 해외 직구 시장이 확대되면서 세계의 패피(패션 피플) 지갑이 열린 점도 호재가 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23억1670만달러(약 3조18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매출(1억4231만달러)과 비교하면 7년간 16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생로랑 등을 거느린 케어링그룹이 양분하던 오프라인 중심 명품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명품 큰손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과 함께 최근 파페치 실적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올 2분기 매출은 5억7209만달러(약 7462억원)로 지난해 2분기(5억7935만달러) 대비 1.2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억4287만달러(약 3168억원)로 9.26% 줄었다. 2021년 73.35달러까지 뛰었던 주가는 1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파페치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연말까지 5억달러의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면 도산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쿠팡이 과거 핵심서비스 로켓배송을 구현하며 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한 끝에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잡은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식음료와 생활필수품 영역에 강점을 둔 만큼 최근 꾸준히 패션과 화장품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쿠팡이 지난해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올 들어서도 꾸준히 이익을 쌓고 있는 시점이란 점도 관심에 열기를 더하는 요인이다. 쿠팡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억4189만달러(약 4447억원)다.
쿠팡은 한국이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전하며 파페치로부터 엄청난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는 파페치 인수 효과로 우선 쿠팡의 명품 경쟁력 강화를 꼽는다. 한국 명품 시장이 세계 7위 규모에 달하는 만큼 관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추산한 한국의 명품시장은 올해도 세계 7위 규모다. 올해 국내 명품 시장은 21조9909억원에 달해 지난해(19조6767억원)보다 11.8%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돌았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쿠팡은 화장품(로켓럭셔리)과 더불어 의류·잡화 등 카테고리 확대로 보다 빠른 시장 침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페치가 국내 직구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플랫폼이고, 국내외 명품의 온라인 구매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쿠팡의 '명품 시장 상륙 작전'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한 물류 관련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파페치의 경우 입점 부티크 인근에서는 당일 배송이 가능했지만 글로벌 배송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쿠팡은 '로켓직구' 등 해외직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자동화 로봇 기술이 결합된 최첨단 물류센터 운영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명품이 명품 시장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라며 "전 세계의 명품 구매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할 엄청난 기회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쿠팡, 세계 1위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한다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는 18일(현지시간) 파페치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파페치 인수에 5억달러(약 6515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쿠팡Inc가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사업과 자산 인수를 위해 합자회사 아테나를 설립하고,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브릿지론을 체결해 5억달러를 지급하는 구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보유한다.쿠팡Inc는 "영국법에 의거한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 process)를 통해 아테나는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할 것"이라며 "다만 아테나가 관련 규제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비스포크)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와 접하도록 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쿠팡이 인수하면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 명품도 판다…파페치는 어떤 회사?
명품 해외 직접구매(직구)족에게 친숙한 파페치는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인기를 끈 명품 온라인 쇼핑몰의 원조격이다.2007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파페치는 2008년 론칭 후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명품을 판매하는 유럽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현재 190여 개국 소비자에게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1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모조품 우려를 차단하는 전략으로 세계 1위로 입지를 굳혔다. 2019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마셀로블론, 팜 엔젤스 등을 운영하는 이탈리아 뉴가즈그룹을 인수하며 브랜드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 미국 스타디움 굿즈도 산하에 두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가 파페치에겐 기회가 됐다.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대신 소비자에게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선보여 급성장했다. 해외 직구 시장이 확대되면서 세계의 패피(패션 피플) 지갑이 열린 점도 호재가 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23억1670만달러(약 3조18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매출(1억4231만달러)과 비교하면 7년간 16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생로랑 등을 거느린 케어링그룹이 양분하던 오프라인 중심 명품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명품 큰손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과 함께 최근 파페치 실적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올 2분기 매출은 5억7209만달러(약 7462억원)로 지난해 2분기(5억7935만달러) 대비 1.2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억4287만달러(약 3168억원)로 9.26% 줄었다. 2021년 73.35달러까지 뛰었던 주가는 1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파페치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연말까지 5억달러의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면 도산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게임 체인저', 명품을 품다…김범석 "엄청난 기회 맞았다"
국내 유통산업의 '게임 체인저' 였던 쿠팡이 연간 흑자 전환 시점에 파페치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 번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190개국 진출 이커머스 네트워크를 보유한 파페치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패션과 명품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쿠팡이 과거 핵심서비스 로켓배송을 구현하며 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한 끝에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잡은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식음료와 생활필수품 영역에 강점을 둔 만큼 최근 꾸준히 패션과 화장품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쿠팡이 지난해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올 들어서도 꾸준히 이익을 쌓고 있는 시점이란 점도 관심에 열기를 더하는 요인이다. 쿠팡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억4189만달러(약 4447억원)다.
쿠팡은 한국이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전하며 파페치로부터 엄청난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는 파페치 인수 효과로 우선 쿠팡의 명품 경쟁력 강화를 꼽는다. 한국 명품 시장이 세계 7위 규모에 달하는 만큼 관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추산한 한국의 명품시장은 올해도 세계 7위 규모다. 올해 국내 명품 시장은 21조9909억원에 달해 지난해(19조6767억원)보다 11.8%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돌았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쿠팡은 화장품(로켓럭셔리)과 더불어 의류·잡화 등 카테고리 확대로 보다 빠른 시장 침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페치가 국내 직구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플랫폼이고, 국내외 명품의 온라인 구매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쿠팡의 '명품 시장 상륙 작전'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한 물류 관련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파페치의 경우 입점 부티크 인근에서는 당일 배송이 가능했지만 글로벌 배송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쿠팡은 '로켓직구' 등 해외직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자동화 로봇 기술이 결합된 최첨단 물류센터 운영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명품이 명품 시장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라며 "전 세계의 명품 구매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할 엄청난 기회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