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2년간 방에서 은둔…서울아산병원 후원 수술 성공
얼굴 화상 키르기스 소년, 韓의료진 도움에 웃는 얼굴 되찾았다
얼굴 절반에 생긴 화상 흉터로 방안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키르기스스탄 8살 소년이 한국 병원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웃는 얼굴을 되찾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안면화상으로 인해 코 모양이 변형되는 등 영구적인 기형을 갖고 있던 키르기스스탄 국적 알리누르가 지난 6일까지 두 차례에 걸친 화상 흉터 제거와 재건 수술을 받고 귀국을 앞두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마나스 지역 시골 마을에 살던 알리누르는 2년 집 보수를 위해 끓이던 화학용 액체가 얼굴에 튀는 사고로 인해 얼굴 절반에 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시력에 이상은 없었지만 코가 변형되고 화상 부위에 햇빛이 닿으면 심한 자극과 가려움이 발생하는 등 바깥으로 나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알리누르의 가족은 월수입의 3분의1에 해당하는 큰 비용을 부담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현지 병원은 흉터가 커지지 않게 하는 조치만 할 수 있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여러차례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현지에는 그렇게 할 의료진이 없었다.

알리누르는 6살의 어린 나이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안에서 혼자 세계지도를 보는 게 제일 좋은 은둔 생활을 하게 됐다.

2년간 은둔 생활이 이어지던 중 알리누르는 지난 7월 키르기스스탄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온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과 만났고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거쳐 알리누르의 이마 피판(이식을 위해 분리한 피부나 조직)을 떼내어 코를 재건하기로 결정했다.

알리누르는 4시간에 걸쳐 화상 흉터를 제거하고 이마 피부를 떼어 코를 다시 만드는 1차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식한 피판과 이마의 연결 부위를 분리하는 2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20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알리누르는 웃는 얼굴로 "화상을 입은 후로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는 게 싫었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다"고 했다고 병원은 전했다.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은 의료환경이 열악한 14개국에서 53회의 봉사활동을 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