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화 예금이 지난달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해 잔액이 100억달러에 육박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가는 등 역대급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를 투자 기회로 본 개인 투자자들이 예금을 늘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11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1017억6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74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거주자는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기업을 뜻한다. 지난 7월말 105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감소했던 외화 예금이 4개월만에 1000억달러대로 올라섰다.

통화별로 보면 엔화 예금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엔화 예금은 전월 말 대비 13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한달 간 증가폭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대 증가 폭은 지난 6월 기록한 12억3000만 달러였다. 한은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과 개인의 예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엔화 예금 잔액은 99억2000만달러였다. 처음으로 90억 달러를 넘어 1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작년 11월 60억8000만달러 대비 62.3% 증가한 것이다.

엔화 예금이 올들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역대급 엔저현상이 이어지면서 투자의 기회로 보는 사람이 늘어서다. 원·엔 환율은 올해 4월 100엔당 990원69전에서 지난달 872원93전으로 하락했다. 800원대 환율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할 것이란 메시지를 내면서 원·엔 환율 상승 기대도 커졌다. 이날 11시 13분 하나은행 고시 원·엔 매매기준율은 915원83전으로 1차 고시환율 909원42전에 비해 6원41전 올랐다.

달러화 예금도 59억5000만달러 증가한 83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업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달러 예금이 늘었다.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증가도 달러화 예금 증가 요인으로 꼽혔다. 유로화예금은 1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유로화 가치 상승에 따른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 영향으로 파악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