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던 행보를 잠시 중단했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연 -0.1%인 단기금리와 연 0±1%인 장기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장단기 금리 조작, 국채 및 주가지수펀드(ETF) 매입과 같은 유동성 공급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과 10월 회의에서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의 출구 전략으로 향하던 일본은행이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깜짝’ 정책 변경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 13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사실상 긴축 종료를 선언한 데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세계 경제 회복 속도의 둔화로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극히 높다”며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을 확인할 때까지 끈질기게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의 금리 인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의 붕괴 같은 대내외적인 변수가 발생할 경우의 정책 결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우에다 총재는 “Fed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일본은행이 서둘러 금융정책 정상화(금융완화 폐지)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와 일본의 소득, 물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일본은행이 내년 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해 공식적으로 대규모 금융완화를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회의는 2024년 1월 23일과 3월 19일로 예정돼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