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은 구글, 메타 등 해외 플랫폼 기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통상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한국 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가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매출과 이용자 수 등을 고려해 시장을 지배하는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고,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사전 규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매출과 이용자 수가 많은 구글, 메타 등 해외 플랫폼 기업도 공정위의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정위로부터 플랫폼 경쟁촉진법의 내용 검토를 요청받았을 때 통상 마찰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산업부를 통해 정부에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공식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암참은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의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공약과 반대된다”며 “디지털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복 규제로 한국과 미국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고, 중국 등 외국 사업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지난 6월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시장법(DMA) 같은 법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이 한국의 플랫폼 경쟁촉진법과 비슷한 ‘DMA’를 제정한 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자체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지 못한 EU가 미국 기업들에 징벌적 규제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18일(현지시간) 21명의 하원의원으로 이뤄진 미국 초당파 그룹은 “(EU의 DMA가) 미국의 경제와 안보 이익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통상 마찰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EU와 독일 등에서도 관련 법이 만들어져 있다”며 “국내외 기업을 차별해서 만드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통상 마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외국 기업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통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향후 법 제정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