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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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사진)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 핵연료 연구 분야를 과학기술계 카르텔 중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조 차관은 원전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정부 인사가 특정 과학기술 분야를 연구개발(R&D) 카르텔로 지적한 것은 처음이라 과학기술계 반발이 예상된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조 차관은 지난 12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R&D 카르텔의 정의와 8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조 차관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년간 내용은 같으면서도 제목만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하는 경우를 카르텔로 언급하면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 핵연료 분야”라고 제시했다.

출연연이 기업체에 사업을 주고, 사업 일부를 출연연이 지정한 교수에게 주는 편법도 카르텔로 꼽았다. 출연연이 직접 특정 교수에게 과제를 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출연연이 해당 기관 출신 교수들에게 특혜 제공을 위해 과제를 주는 경우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지목했다.

국가의 연구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도 카르텔로 지목했다. 그는 연구재단에서 과제 기획을 할 때 특정 분야나 특정 기술을 연구하는 집단의 수요를 받아 과제 제안서 자체를 해당 연구실만이 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조 차관은 원전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그는 고려대에서 식량자원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고려대에서 언론학 석·박사를 했다. 명지대에서 방목기초교육대 교수를 지냈다. 2013년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위원, 2014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으로 합류했다.

R&D 카르텔을 정부 인사가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카르텔에 구체적인 사례를 묻는 질의에 “대통령께서는 카르텔이라고 하지 않고 나눠먹기 근절이라고 했다”며 “정부가 카르텔이란 단어를 못 박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3차관으로 분류되는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역시 지난 9월 R&D 예산 삭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R&D 현장 일부에 '카르텔적' 요소가 있다”면서도 “전체가 카르텔이라는 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