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이 현금 고갈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2022년 상장한 전기차·배터리 스타트업 43곳 가운데 3개사가 파산 신청했고, 2곳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M&A)됐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머지 기업 가운데 18개사는 비용을 대폭 줄이거나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내년 말 현금이 고갈될 처지라고 WSJ는 분석했다. 여기에는 니콜라, 피스커, 카누 등 상장 당시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른바 ‘테슬라 꿈나무(Tesla wannabes)’들이 포함된다. 3분기 재무제표 기준 피스커는 187일, 니콜라는 363일을 더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이나 그 이후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16곳이다. 여기에는 대당 8만달러짜리 픽업트럭을 제조하는 리비안과 비슷한 가격의 고급 세단을 만드는 루시드 등이 포함된다. 보유 현금이 몇 주 안에 고갈될 수도 있는 위험 기업은 7곳이라고 WSJ는 전했다. 현금 흐름이 양호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WSJ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스타트업은 승승장구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많은 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고 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제2의 테슬라’를 기대한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봤다. WSJ가 분석한 전기차 스타트업 주가는 기업공개(IPO) 당시보다 평균 80% 이상 하락했다. 상장 후 최고가와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욱 크다. 불과 수년 사이에 수백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셈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