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인선하는 것으로 사실상 의견을 모았다. 21일 예산안 처리를 마친 뒤 이르면 오는 26일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변이 없는 한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1970년대생인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이끈다. 대중 인지도와 비(非)여의도 출신의 참신함이 강점으로 거론되는 한편 적은 정치 경험과 수직적 당정관계 우려 등은 한계로 거론된다.

○“배 12척, 한동훈에게 맡겨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한 당 원로의 의견을 들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나오는 것에 큰 이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으로 승리했다. 지금 우리 당 상황이 이와 같다”며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시기에 배 12척을 한 장관에게 맡겨보자는 식의 중지가 모였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해 우려했지만 ‘한동훈 비대위’를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윤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중진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15일 의원총회, 18일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열어 당내 의견을 취합했다. 그간 당내 인사들은 대체로 한 장관을 총선 국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 자리가 적합한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만큼 여권 쇄신의 핵심인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 장관 추대를 반대해 온 비주류에서 ‘대안이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당내 분위기가 뒤바뀌었다는 게 정치권 얘기다. 한 장관이 전날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뜻을 내비친 것도 분위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尹 아바타’ 한계 벗을까

당내에선 대중 인지도와 신선한 이미지를 한 장관의 강점으로 꼽는다. 강남 8학군 출신의 ‘엄친아’ 이미지가 대중에게 소구력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장관의 팬카페인 ‘위드후니’ 회원 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수도권 한 의원은 “한 장관은 패션으로도 화제가 되는 ‘셀럽’”이라며 “우리 당 지지율이 낮은 3040세대 여성과 무당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통 지지층 사이에선 보수 세력을 이끌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점과 대야 전투력 등이 강점으로 회자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장관이 등판하면 내년 총선 구도가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니라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재편돼 미래와 과거의 대결 프레임을 꺼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은 최대 한계로 꼽힌다. ‘검찰 공화국’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다 김건희 여사 특검,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에 소신껏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과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당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장관과 가까운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은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여의도 정치권에 빚이 없기 때문에 당 쇄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