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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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도시바가 74년 만에 도쿄증시에서 상장 폐지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데 따른 결과다.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순위로 내건 PEF의 방침에 따라, 도시바의 전략도 크게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도시바가 20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다. 1949년 도쿄 증시에 상장된 뒤 74년만이다.

지난달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이 도시바를 공식적으로 인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JIP가 대주주가 되면서 상장폐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JIP 컨소시엄에는 일본 전자부품 제조기업 로옴, 종합금융그룹 오릭스 등 10곳 이상의 일본 대기업이 참여했다.

도시바는 1960년 일본 최초의 컬러TV, 1985년 세계 최초의 노트북 등을 개발하며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일본 기술력을 상징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시기를 놓쳤고 2016년 회계 부정과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로 재무 위기에 빠졌다.

도시바는 2017년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6000억엔 규모 증자를 했다. 이때 주주로 들어온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 경영진의 대립이 심화했고 결국 회사 매각으로 이어졌다. JIP컨소시엄을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도시바가 상장 폐지된 뒤에도 조직을 급히 바꾸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IP컨소시엄이 인적 쇄신하지 않아서다. JIP는 시마다 타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를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시마다 CEO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高)부가가치 사업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도시바를 분할하는 편이 경영효율화에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고루한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데미안 통 맥쿼리캐피털 일본 리서치 책임자는 "도시바는 궁극적으로 전략적 패착으로 인해 위기를 겪게 된 것"이라며 "기업 분할 및 매각을 통해 자산 가치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10만 6000명에 달한다. 기업을 분할하게 되면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등 핵심 기술은 국가 안보와도 연계되어 있다.

기업을 이전처럼 유지하면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15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큰 사업으로 전환하라는 조언이다. 울리카 샤에데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도시바는 새로운 경영진에 엔지니어들을 합류시켜 혁신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며 "도시바의 기술력 자체는 다른 기업에 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