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션 중 잠들어 환자 사망' 요양보호사 집행유예
요양보호사에 환자 가래 흡입 시술 시킨 의사 선고유예
요양보호사에게 뇌출혈 환자의 가래 흡입(석션) 시술을 전담하도록 한 대학병원 의사가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특정한 사고가 없는 경우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2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 의사 신모(62) 씨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신씨의 지시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 끝내 환자를 숨지게 한 요양보호사 이모(65) 씨에게는 의료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간병인으로 고용된 이씨에게 석션 시술을 가르치고 직접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4월 16일 뇌출혈 환자 전모(62) 씨 간병인으로 고용된 이씨는 신씨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직접 시술하다 의료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같은 달 18일 오전 3시께 기관 절개 시술을 받은 전씨의 기도 속 가래를 제거하기 위해 석션 시술을 하던 중 간이침대에서 잠들었다.

그 사이 기관 내 손상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 전씨는 결국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장기 기능이 저하돼 두 달 뒤 숨졌다.

신씨는 석션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이씨에게 직접 시술을 교육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 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면허를 가진 자가 의사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결과 석션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보건복지부 규정 등을 토대로 신씨 주장을 기각했다.

또 사건 관련자들이 신씨가 이씨에게 석션 시술을 지시하거나 시술 방법을 교육했다고 증언한 점, 환자 유족이 담당 간호사로부터 '석션 시술을 할 수 있는 간병인을 구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다만,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에서는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환자가 아닌 한 관행적으로 간병인 등에 의해 석션 시술이 자주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 인력 확충 등 의료시스템 개선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한 석션 시술이 의료인에 의해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