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리스크에 3주 만 최고치…브렌트유 80달러 근접 [오늘의 유가]
무역선 홍해 운항 중단 후 2%가량 올라
전문가들 “단기 불확실성·예측 어려움 확대”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올라 약 3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홍해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공급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은 전장보다 97센트(1.3%) 오른 배럴당 73.44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1일(배럴당 74.07달러)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2월물 역시 전 거래일보다 1.28달러(1.6%) 상승한 배럴당 79.23달러에서 장을 닫았다. 지난 11월 30일(배럴당 82.83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르며 배럴당 80달러 선에 근접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종료 신호에 5개월 만에 반등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홍해발(發) 지정학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랠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홍해에서의 선박 운항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단 이틀 만에 유가는 2%가량 올랐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로 운송되는 원유의 약 15%가 홍해를 지난다.
홍해 리스크에 3주 만 최고치…브렌트유 80달러 근접 [오늘의 유가]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는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홍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 위협을 지속하며 원유 수급 리스크를 빚고 있다. 미국이 다국적 함대를 구성하자 후티 측은 “미국이 전 세계 주요국들을 동원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우리의 군사 작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연합군 결성 소식에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 머스크는 “홍해 항로에서의 운항을 언제 재개할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사안별로 (위험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태스크포스(TF) 결성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홍해가 안전하다는 100% 확신이 들어야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고 알렸다.
홍해 리스크에 3주 만 최고치…브렌트유 80달러 근접 [오늘의 유가]
시티인덱스의 시장 분석가 파와드 라자콰다는 이메일 논평에서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이 유가에 미치는 장기적 파급효과는 복잡하지만, 분명히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원유 배송이 늦어지고 운송 비용이 오르게 됨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홍해에서의 무력 다툼이 시장 불확실성을 한층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아이네스 매니징디렉터는 “전운이 짙어짐에 따라 사건의 예측 불가능성과 중대한 오픈 가능성 등이 잠재적으로 한층 고조될 수 있다”며 “가중되는 인도주의적 위기는 다양한 행위자들에 정치적 압력을 가해 전선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미국의 에너지 부문 투자 회사 토르토이즈캐피털의 롭 툼멜 매니징디렉터 역시 “홍해에서의 사건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며 “무역업자들이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계산에 넣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는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 공급에 대한 실질적 타격은 없을 거란 반론도 여전하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운송 비용이 오르고 배송 기간이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원유는 계속해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수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도 “선박들이 경로를 바꿔 운항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본격 대응에 나선 미국이 한층 더 강한 대응에 나서면서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 에너지 정보업체 JTD에너지서비스의 존 드리스콜 설립자는 “미국이 보다 강력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