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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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중앙은행 금(Gold) 매수 사상 최대
금 현물 ETF 선물보다 5%포인트 높아

2024년 ‘청룡의 해’를 앞두고 유망 자산에 대한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결론은 채권, 금, 비트코인 그리고 AI 관련 주식으로 압축된다. 특히 달러화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3년 박스권의 상단을 뚫은 금(GOLD)과 현물 ETF 상장을 앞둔 비트코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활발하다.

공통되는 가정은 금리하락과 달러화 약세다. 주식시장은 실제 진행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지난주 미국 통화정책회의(FOMC)에서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대한 시그널을 주었지만, BOE(영국), ECB(유럽)에서는 신중함을 유지했다. 심지어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까지 했다. 원화 대비로는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달러인덱스의 추가 강세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달러의 대체 자산인 금(Gold)과 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다.

1970년대는 혼돈(Chaos)의 시기였다. 4차 중동전쟁과 1차와 2차 오일쇼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달러화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도 역할에 한계가 드러났고 결국 해체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트럼프 집권 시기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안),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 등의 보호무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WTO(세계무역기구)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체제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은 확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다.

소위 ‘세계화’로 대변되는 자유무역은 노동비용의 감소와 자본의 이동으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동반하는 흐름이었다. 보호무역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단기적 등락은 있겠지만 물가상승 요인은 구조적인 위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대선을 앞둔 미국 연준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이유다.

70년대 자산의 흐름을 보면 금(Gold)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1965년부터 1981년까지 금리 상승 기간을 보면 S&P500 주가지수는 17년간 횡보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금(Gold) 가격은 1980년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달러화에 대한 의구심과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Hedge) 수요다.
자산 가격 추이(1965~1981)
자산 가격 추이(1965~1981)
연초 이후 150% 상승한 비트코인이 달러에 대한 디지털 대체 자산이라는 시각도 많다. 내년 1분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올 한해 금리상승과 전쟁 불확실성에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2,100만 BTC로 총발행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통화량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전통 화폐와는 다르다는 논리다.

하지만 금(Gold)과 비트코인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19세기부터 20세기 금본위제도로 화폐의 기준이었던 금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주요 자산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세계 중앙은행은 매년 금을 매수하였고 2023년 3분기까지 매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며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규모였다. 반면에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매수 대상 자산이 아니다. 중앙은행들이 연구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수급관점에서 중앙은행은 금의 수요 주체이지만 비트코인은 대체재 공급자라는 의미다.

국내에는 금 선물(Futures)에 투자하는 ‘TIGER골드선물(H)’과 ‘KODEX골드선물(H)’ 그리고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금현물’ 세 가지의 ETF가 상장되어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현물 ETF가 선물 대비 5%포인트 높다. 선물(Futures)로 투자하면 만기 연장(롤 오버, Roll Over)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 금(Gold) ETF
국내 상장 금(Gold) ETF
주식시장은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와 매크로 불확실성을 해지(Hedge)할 수 있는 자산은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므로 1분기 현물 ETF 승인 가능성과 2분기 반감기(공급이 반으로 감소하는 현상)라는 모멘텀을 활용한 매매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금(Gold)은 중앙은행이 매수하는 전통적인 대안 자산이다. 긴 호흡에서 장기투자의 관점이 필요하다. 대안 자산이지만 투자전략은 다르게 가져간다면 보다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