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3일 오후 9시께 서울 은평구 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마감을 한 시간가량 앞둔 평일 저녁 대형마트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소비자들이 몰린 곳은 특가상품 또는 마감 할인상품 매대 앞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할인상품마저 쉽사리 구입하지 않았다.

'20% 할인' 스티커가 붙은 전골 간편식을 손에 들었던 한 주부는 이내 상품을 내려놓고 뒤돌아섰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20% 할인 간편도시락과 40% 할인 델리(즉석조리식품) 상품 중 한참 고민하다 델리 상품을 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1인가구용으로 소분된 식재료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다음날 도시락을 싸기 좋은 (조리식품) 할인상품을 주로 산다"고 말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외식보다 '집밥'을 먹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장바구니 물가마저 비싸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난 풍경이다.

20일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서 지난 9월 20∼60대 남녀 7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9%가 올해 장바구니 물가 수준에 대해 비싸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41.1%가 식료품 구매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자료=롯데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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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액 변화의 이유로는 물가 상승을 첫 손에 꼽았다. 10명 중 4명이 '물가 변화'(40.9%)를 이유로 들었다. 이 때문에 외식(16.8%)보다는 식료품이나 간편식으로 직접 요리해 먹는(45.9%) 경우가 3배가량 많았다.
마트 '마감할인' 상품도 들었다 놨다…"물가 너무 비싸네요"
'간편식을 조리·가열해 먹거나 즉석·편의식품으로 해결한다'는 아침과 아침 겸 점심에 모두 20% 넘는 답변을 기록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내식당과 급식 이용을 포함한 외식은 다른 끼니에 비해 점심에 가장 많았지만 점심에도 외식 비중은 25.7%에 그쳤다.
자료=롯데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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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응답자 중 92.2%가 식료품 구매에 직접 관여한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주 1회 이상 장을 본다고 답한 응답자도 10명 중 8명(81.9%)이었다. 한번 장을 볼 때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4만4700원이었고, 식품 구입 시 주로 이용하는 유통 채널은 대형마트(55.9%·중복응답)가 가장 많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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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는 전방위 상승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17.79로 지난해 11월보다 7.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의 두 배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작황이 부진했던 채소(10.3%)와 과일(25.7%)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식탁에서 자주 보는 오이(40.1%)를 비롯해 파(39.7%), 상추(25.8%), 호박(25.5%), 당근(21.1%) 등 채소와 제철과일 사과(56.8%), 배(20.6%) 등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21.4%)과 참기름(20.9%), 고추장(10.2%), 식초(11.0%) 등 가격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유(15.9%), 커피(11.6%), 차(16.7%), 주스(10.8%) 등 마실거리 가격도 우상향 추세를 그렸다.

외식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외식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8% 오른 118.81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8.6% 오른 데 이어 1년 사이 추가로 더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1년새 서울 지역 주요 8개 외식 품목 가격은 평균 6.4% 상승했다. 냉면(1년간 상승률 7.7%), 비빔밥(7.4%), 삼계탕(6.8%), 삼겹살(1.6%) 등은 만원짜리 한 장으로는 먹기 어려워진 메뉴가 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