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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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클래식 음악 세계의 키워드는 '오케스트라 대첩'이다. 세계 3대 악단(빈 필·베를린필·RCO)을 비롯해 10여 곳의 정상급 악단들이 내한 러시를 이뤄서다.

2024년은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춘 공연이 이어진다. 한국을 자주 찾지 않던 세계적인 거장과 해외 악단의 특별한 내한 공연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다소 주춤했던 국내 오케스트라들은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빈필, 사이먼 래틀x조성진

메트 오케스트라 프로필. 롯데콘서트홀 제공
메트 오케스트라 프로필. 롯데콘서트홀 제공
내년에 가장 기대되는 악단은 세계 최정상으로 꼽히는 빈필하모닉이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 가운데 빈필만 한국을 찾는다. 10월에 온다. 프로그램과 출연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6월 야닉 네제-세겡이 이끄는 메트 오케스트라는 첫 내한 공연을 연다. 메트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의 음악을 맡는 악단이다. 현역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와 미국의 권위 있는 오페라상인 리처드 터커상 수상자인 베이스 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 등이 한국행(行) 비행기에 함께 올라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

스토리와 콘셉트가 확실한 공연들도 돋보인다. 같은 달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종신 상임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그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바렌보임은 자신의 고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를 기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그는 1999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청소년을 모아 이 악단을 꾸렸다.

10월에는 영국 스타 지휘자이자 원전 연주의 대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자신이 창단한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20년 만에 내한한다.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LG 아트센터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선보인다.

같은 달에는 안토니오 파파노와 런던 심포니의 조합도 국내 무대에서 처음 볼 수 있다. 파파노는 2023년부터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런던 심포니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협연자로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나선다.
사이먼 래틀 경 (c) Oliver Helbig LANDSCAPE
사이먼 래틀 경 (c) Oliver Helbig LANDSCAPE
11월 예정된 '사이먼 래틀X조성진'의 조합은 벌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의 조합은 2022년 런던 심포니 내한 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에는 유럽 최고 악단으로 부상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한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이 한국을 찾는 건 6년 만이다.

2년 만에 내한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끈다.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12월 연말을 장식할 예정이다. 곡은 미정이다.

○화려한 라인업…국내 악단의 도약

국내 오케스트라들도 예열을 끝냈다. 가장 주목받은 악단은 내년부터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정식 임기를 시작하는 서울시향이다. 서울시향은 오는 1월 임윤찬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들려주며 '츠베덴호' 서울시향으로 기선을 제압할 예정이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중인 서울시향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seoulphil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중인 서울시향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seoulphil
프로그램은 대중적이고 굵직한 대곡 위주로 구성했다. 악단의 기량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츠베덴의 포부가 돋보인다. 바그너 발퀴레(2월), 쇼스타코비치 7번(4월) 브루크너 7번(12월), 멘델스존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 유명 레퍼토리로 채웠다.

스타 객원 지휘자도 눈에 띈다. 한국 여성 지휘자 중 최초로 베를린필 포디움에 서는 마에스트라 김은선(7월)과 올해 빈필하모닉 내한 무대를 이끈 투간 소키예프(8월)가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KBS교향악단은 개성 넘치는 연주자들과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이올린의 요제프 슈파체크(1월), 카렌 고묘(4월)를 비롯해 세계적인 오보이스트 프랑수와 를뢰(2월) 등이 협연한다. 드보르자크, 쇼스타코비치, 스크랴빈 등 공연장의 단골 레퍼토리를 피해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정명훈 (c)Matthias Creutziger
정명훈 (c)Matthias Creutziger
'빅샷'들도 무대에 오른다. 3월에는 정기연주회 800회를 맞아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목소리를 푼다. 10월에는 악단의 첫 계관 지휘자 정명훈이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첼리스트 한재민 등 젊은 거장들과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빈 필 30년 라이너 호넥, 협연과 악장 동시에

경기필하모닉도 새출발을 한다.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예술감독 김선욱. 피아니스트로 일가를 이룬 그는 이번에 처음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진 김선욱은 베토벤으로 시작해 브람스 리스트 바그너 R.슈트라우스 등을 조망한다.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 김선욱. 경기필 제공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 김선욱. 경기필 제공
10월 공연에서는 빈 필하모닉에서 30년째 악장을 맡은 라이너 호넥이 1부 협연과 2부 객원 악장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이날 연주하는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는 특히 바이올린 독주 파트가 매우 중요한 곡이다. 악장의 역할이 오케스트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협연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바딤 콜로덴코(피아노),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자인 마크 부쉬코프(바이올린), 30여 년 간 파리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 중인 파스칼 모라게스(클라리넷)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콜로덴코, 모라게스는 국내 오케스트라와 처음으로 협연한다. 협연자는 김선욱이 함께 연주했거나 직접 들은 연주자들중에 정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
민간 오케스트라인 한경아르떼필은 올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3월 홍콩 아트페스티벌 초청 공연을 앞두고 같은 프로그램과 연주자로 수석 객원지휘자 윌슨 응과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합을 맞춘다. 5월에는 일본 후쿠야마에서 열리는 '후쿠야마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벌'에서 활약한다. 이밖에 빈 필 클라리넷 수석인 다니엘 오텐자머(1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10월)와의 협연이 예정돼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