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수출통제 열흘 만에…인도가격 반토막, 인접국은 두배 [원자재 포커스]
방글라데시·스리랑카 양파가격 2배 뛰어
수입국 다변화
·가격통제에도 속수무책
"내년 인도 총선 전까지 통제 유지될 것"


인도의 양파 수출 통제가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현지 가격은 하락한 반면 주변 아시아 수입국들에서는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인도의 양파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더 저렴한 대안을 찾으려는 아시아 바이어들의 양파 가격이 더 상승했으며, 인도가 내년 총선 전에는 금수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이 낮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리랑카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 적양파 가격은 지난 8일 ㎏당 260스리랑카루피보다 59% 오른 415스리랑카루피에 거래됐다. 같은날 방글라데시 양파 가격은 ㎏당 120티크로 전주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지난 8일 인도가 실시한 양파 수출 통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여파로 해석된다. 인도 대외무역총국은 고시를 통해 3월31일까지 인도 정부가 허가한 국가를 제외한 나라에 양파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양파에 40% 수출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아예 수출길을 막은 것이다.

올해 여름 수해 등으로 양파 가격이 급등하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쌀, 밀, 설탕 등 농작물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내년 4~5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는 금수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도에서는 해외로 수출되던 양파들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전날 인도 마하슈트라주 시장에서 현지 양파 도매가격은 20~21루피로 지난 7일 39~40 루피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방글라데시 농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의 샤얌 바자르 채소 도매시장에서 양퍄 자루를 옮기고 있다. EPA
방글라데시 농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의 샤얌 바자르 채소 도매시장에서 양퍄 자루를 옮기고 있다. EPA
인접국들은 인도에 양파 수출 허가를 요청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양파는 상하기 쉬운 만큼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인접국에서 수입해오는 게 일반적이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파키스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팔은 중국산 양파 수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도에 수출 허가 예외국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인도 양파 수출량의 약 4분의1을 차지하는 방글라데시는 최근 중국 이집트 파키스탄 카타르 터키 미얀마 등 9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허가했다. 여기에 양파 가격 상한선을 적용하고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양파 사재기가 성행하면서 가격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이집트 정부는 현재 ㎏당 32이집트파운드인 양파 가격이 2주 이내에 20이집트파운드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이집트 북부 지역에서 양파 수확을 시작한 동시에 정부가 양파 비축량을 단속한 결과다. 최근 이집트는 양파 가격이 급등하자 상인들이 비축해둔 양파를 집중 단속했고, 그 결과 수천t의 양파를 압수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