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긴장 고조·예멘 내전 악화 회피 의도…아랍권 여론도 의식"
UAE도 비슷…사우디, 미래신도시·월드컵 등 국가의제에 집중 원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 연합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불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년 가까이 이어진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주도 아랍동맹군은 예멘 정부군을,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우디와 UAE에 후티 반군은 적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사우디와 UAE는 후티 반군에 대처하기 위한 다국적 함대 연합의 참여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

사우디, 홍해 美주도 다국적 함대 연합에 '시큰둥' 왜?
로이터 통신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와 UAE의 이런 태도에는 이란과의 적대 관계 청산 등 자국의 장기 전략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나름대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홍해 안보를 위한 다국적 안보 구상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을 발표했다.

이 작전은 홍해에 함대를 투입해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부터 민간 선박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이 동참하기로 했으며 중동 국가 중에서는 바레인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군사 장비로 무장해 후티 반군과 전쟁을 치르고 있고, 수입품 운송의 36%를 홍해 항구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불참은 의아하게 여겨졌다.

UAE는 다국적 함대 연합에 관심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사우디와 UAE의 주된 이유는 예멘 내전에서 발을 빼고,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해결하려는 장기 전략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면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아랍권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주도의 군사 작전에 참여할 경우 아랍권의 분노가 자신들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발해 홍해 통과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 군함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많은 아랍인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후티 반군의 무인기 공격, 홍해 선박 공격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홍해 美주도 다국적 함대 연합에 '시큰둥' 왜?
중동 지역 소식통은 사우디와 UAE의 다국적 함대 연합 불참은 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예멘의 평화 추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UAE는 수년간 이스라엘, 이란과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는 등 역내 외교정책의 전환을 모색해왔다.

사우디와 이란은 단교 7년 만인 올해 3월 이라크, 오만, 중국 등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2020년에는 이스라엘과 UAE가 미국 중재로 국교를 정상화했다.

사우디는 장기화한 예멘 내전의 종식을 원하고 있고, UAE도 마찬가지다.

UAE는 2020년 예멘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했지만 지난해 자국 수도 아부다비가 후티 반군의 무인기와 미사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사우디는 지역 분쟁이 하루빨리 해결돼 미래형 신도시 건설, 2034년 월드컵축구 개최를 통한 국제적 입지 확대 등 야심 찬 국가 의제에 집중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우디의 이런 희망이 위협받고 있다.

속도를 내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논의는 이 전쟁 탓에 중단됐고, UAE와 이스라엘의 관계도 얼어붙었다.

사우디의 경우 미국 주도 다국적 함대 연합에 참여하기를 꺼리지만, 자신들에게 미국이 중요한 동맹이고 무기 공급국인 점을 감안해 홍해 안보를 위해 배후에서 미국과 협력할지 주목된다.

사우디와 UAE는 바레인에 본부가 있는 미국 주도 연합해군사령부(CMF)에 참여하고 있는데, UAE만 지난 5월 탈퇴 입장을 밝힌 상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다국적 함대 연합과 관련, "참여에 동의한 국가들이 있지만 얼마나 공개적이기를 원하는지는 그들 국가가 결정하게 된다"며 비공개적으로 협력할 국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