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투기와 투자 사이
주식과 부동산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투자 목적상 이 둘은 큰 차이가 없다.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이나 임대료 같은 정기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미래에 형성될 가격을 추측해 시세차익을 노리면서 투자한다면 이는 투기적(speculative) 동기의 투자, 짧게는 ‘투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투기는 국가 차원에서 건전한 투자로 거듭날 수 있다. 만약 개인의 투기가 결과적으로 생산에 이바지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거나 사회의 복리 후생이 증진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개인의 부동산 투기는 국가 차원의 투자로 거듭나기 쉽지 않다. 개인이 투자 목적으로 거래하는 부동산은 상업 및 주거용 임대시장의 공급원으로 임차인에게 생활 터전과 주거 공간을 제공해 사회 후생이 증진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세차익을 좇는 부동산 투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 가격 인상을 촉발하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을 부추겨 다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결국 임대료가 상승해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친다. 이것이 부동산 투자를 부정적인 뉘앙스의 투기로 부르는 한 까닭일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더라도 시세차익만 좇는 부동산 투기 수요는 억제해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 투기와 달리 개인의 주식 투기는 국가 차원의 투자로 거듭날 수 있다.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 즉 기업가치를 반영한다. 주식시장에서 시세차익을 좇는 개인은 기업가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저평가된 주식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은 매도하는 차익거래를 실행한다. 그 결과 기업가치에 대한 주식 투기자들의 정보 분석과 평가가 평균적으로 옳다면, 기업가치에서 벗어난 주가는 다시 기업가치에 수렴한다.

주식 투기자들의 매매로 주가가 기업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면 기업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투자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투자원금을 회수하고 적당한 투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이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 흐름에 달려있다. 이에 대해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열위에 있는 투자자는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며 투자를 꺼린다. 결국 안전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그 결과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이 오히려 자금 조달을 꺼리고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역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때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기업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자금시장은 역선택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식 투기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세차익을 좇아 투자하지만, 결국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도와 투자와 생산이 증가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것이 주식에 관한 한 투기를 긍정적인 뉘앙스의 투자로 부를 수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개인 차원의 주식 투기가 국가 차원의 투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이 담보돼야 한다. 즉 기업가치에 대한 정보가 주가에 신속·정확하게 반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에 투기자가 많아야 하고 이들의 주식 매매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야 한다. 특히 공매도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투기자들이 해당 기업의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정보를 파악했을 때 공매도가 없다면 이 정보를 주가에 반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정보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공매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기관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문제와 기관과 개인 간 담보 비율의 형평성 문제를 들며 공매도를 내년 6월까지 전면 금지했다. 이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공매도는 개인과 기관의 주식 투기를 국가 차원의 건전한 투자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공매도는 투기와 투자 사이에 존재한다. 금융시장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매도 제도가 조속히 보완돼 재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