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제품이라고 우대할 수 없다"…납품사 무한경쟁 시키는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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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쿠팡 대해부
(3) 협력사와 갈등 빈번한 이유
CJ와 1년간 냉전…유통史 최장
업계 1위 길들이기 전략에 충돌
납품사 협력하는 마트와 달리
상품 경쟁력만 보고 유통
쿠팡 "오히려 中企 성장 도와"
(3) 협력사와 갈등 빈번한 이유
CJ와 1년간 냉전…유통史 최장
업계 1위 길들이기 전략에 충돌
납품사 협력하는 마트와 달리
상품 경쟁력만 보고 유통
쿠팡 "오히려 中企 성장 도와"

대형 유통회사에 납품하는 소비재 기업 관계자들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1위 기업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내리는 평가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급성장한 이마트도 이 과정에서 주요 납품사와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빠른 협상을 통해 타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기류는 지금도 비슷하다.
○제조사와 충돌 불사

식품업계에 따르면 쿠팡·CJ제일제당 간 갈등의 이유는 판매장려금, 물류비, 광고비 등을 포함한 총 수수료율을 얼마로 할지다. 쿠팡이 판매액의 30% 선이던 수수료율을 40%대로 올리라고 통보하자 경영진 층에서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에 대한 납품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중소 소스업체가 주원료의 함량을 낮춘 별도 제품을 쿠팡에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가격 인상을 억누르는 데다 쿠팡이라는 ‘유통 공룡’의 힘이 계속 커지면서 주요 소비재 기업의 수익률 방어가 쉽지 않다”며 “한창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할 때 불필요한 싸움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유통’ 보는 관점 달라
쿠팡이 이처럼 충돌을 불사하면서까지 제조사 압박에 나서는 건 오프라인 기업과 유통을 바라보는 관점, 조직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마트를 벤치마킹한 이마트 등 전통 유통 강자들은 일종의 ‘상품 큐레이터’다.이에 비해 쿠팡의 상품 조달 방식은 무한경쟁이다. 판매 품목만 수백만 개에 달하고 등록 상품 개수는 억 단위다. 정보기술(IT) 엔지니어가 주축인 쿠팡은 신라면, 햇반, ‘삼다수’ 같은 1등 브랜드가 나오기까지 투입된 제조사의 투자와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에게 최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납품사와 공급가 협상을 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하던 대형 식품 기업들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기업 제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항변했다.
박동휘/하수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