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인공지능(AI) 분야 상장지수펀드(ETF)의 성과는 주로 유망 중소형주를 얼마나 많이 담았느냐에 의해 엇갈렸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대형 기업뿐만 아니라 AI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되는 중소형 기업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면서다.
"엔비디아 뺨치네"…AI '숨은 진株'

○주요 AI ETF가 담은 중소형주는?

21일 ETF 통계업체 ETF닷컴에 따르면 올해(1월 3일~12월 20일) AI ETF 중 수익률 상위 5개 상품은 모두 중소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이었다. AI ETF 중 가장 성과가 좋은 ETF는 ‘트루쉐어스 테크놀로지, AI&딥러닝(LRNZ)’으로 66.51%의 수익을 거뒀다. 대형 기업인 엔비디아를 제외하곤 삼사라,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스노우 플레이크, 엘라스틱 NV 등 중소형주가 주를 이루는 ETF다.

삼사라는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 AI를 활용할 경우 효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에 올해에만 177.85% 올랐다. 사이버보안 기업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145.88%), 클라우드 기업인 스노우플레이크(+43.38%), 데이터플랫폼 회사 엘라스틱NV(+119.64%) 등도 올해 급등했다. 이 밖에 ETF에 포함된 센티널원(+81.88%), Z스케일러(+98.5%), 데이터독(+67.32%) 등도 상승폭이 컸다.

AI ETF 중 수익률 2, 3위인 ‘로보 글로벌 아티피셜 인텔리전스(THNQ)’와 ‘글로벌×아티피셜 인텔리전스&테크놀로지(AIQ)’도 중소형주 비중이 높았다. 올해 53.77%의 수익을 기록한 THNQ는 아날로그 디바이스, 암바렐라, 클라우드플레어, 코그넥스 등이 포함됐다. 52.11% 수익률을 보인 AIQ는 서비스나우,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 등에 투자하고 있다.

수익률 4위인 반에크 소셜 센티먼트(BUZZ)(+52.26%)는 소파이, 팔란티어테크놀로지, 5위인 글로벌×로보틱스& 아티피셜 인텔리전스(BOTZ)(+35.16%)는 UiPath, 다이나트레이스 등의 중소형주가 좋은 성과를 거두며 ETF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중소형 AI주 강세 계속될 것”

AI 분야 중소형주 강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원천기술을 보유한 대형기업뿐 아니라 AI를 활용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견 기업으로 관심이 더 퍼져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AI 관련 대형주의 시가총액이 수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연말 들어 AI 분야 대형주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주춤했다. AI 분야 최선호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지난 1개월 사이 3.67% 하락했고, MS 역시 같은 기간 0.66% 떨어졌다.

AI 분야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 분야로 다양화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사모운용사 임원은 “국내 AI 중소형주는 단기 트레이딩 수단으로 꼽히는 것에 비해 미국 AI 중소형주는 장기 투자할 만한 기업 역량이 있다”며 “AI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나눠 투자하거나 분산투자돼 있는 ETF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