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한때 식품 대장주' 오리온…내년 기대된다는 이유는?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중국법인 역성장했지만…“환율 및 캘린더 효과로 동요할 필요 없어”
“제품력 바탕의 점유율‧이익 성장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오리온 스낵류 이미지.  /사진=오리온
오리온 스낵류 이미지. /사진=오리온
국내 주식시장에서 식품섹터 대장기업을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CJ제일제당일 겁니다. 연결 기준으로 작년 연간 매출이 30조원을 넘어, 2위(대상‧4조811억원)의 여섯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22일부터 11월15일까지 식품섹터 ‘대장주’는 오리온이었습니다. 연간 매출 규모로 따지면 CJ제일제당의 10분의1 수준인데 말이죠. 국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에 주식시장이 높은 점수를 준 겁니다.

최근에는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입니다. 오리온은 월간 단위로 주요 법인별 영업실적을 공시하는데, 지난달엔 외형과 이익이 모두 역성장한 겁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오리온의 성장에 물음표를 달지는 않고 있습니다.

명절 매출 지연 및 환율 효과에 중국 부진…“동요할 필요 없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오리온은 0.61% 오른 11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6일의 13만원을 단기 고점으로 이달 18일에는 10만8300원까지 17.76% 하락했다가, 최근 3거래일동안 가파른 반등을 보였습니다. 11월에 들어선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증시가 반등하면서 대표적인 방어주인 음식료 기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마켓PRO] '한때 식품 대장주' 오리온…내년 기대된다는 이유는?
하지만 오리온이 월간 단위로 발표하는 잠정실적을 보면 불안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4분기 들어 두달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외형이 역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장 기업이라면 이익은 차치하고라도 외형이라도 커져야 하는데 말이죠.

특히 11월에는 외형뿐 아니라 이익까지 줄었습니다. 오리온 한국, 중국, 러시아, 베트남 법인의 11월 합산 실적은 매출 2516억원, 영업이익 492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와 7%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우려보다 내년 실적 성장 기대감을 이야기합니다. 역성장세가 두드러진 중국법인의 상황을 뜯어보면 오리온의 경영 실책에서 비롯된 부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법인의 11월 매출은 881억원으로 전년 동월(1018억원) 대비 13.5%가 줄었습니다.

우선 원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4.6% 하락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는 똑같이 금액을 팔았어도 원화로 표시되는 실적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로 인해 약 47억원의 매출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나머지는 춘절의 양력 기준 시점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내년 설날(중국의 춘철)은 2월10일입니다. 올해(1월22일)보다 3주가량 늦습니다. 작년에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설 명절 물량 출하가 올해는 내년초에 이뤄져 내년 성장에 힘을 보탠다는 겁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영업실적이 외형 중심으로 다소 조정되는 상황이나, 단순 캘린더 효과임을 감안하면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켓PRO] '한때 식품 대장주' 오리온…내년 기대된다는 이유는?

“‘제품력 강화→시장 지배→수익성 향상→자본투자’ 선순환 돋보여”

오리온의 성장 배경은 제품 경쟁력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유통채널별 특화 신제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며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특히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는 성숙시장인 한국에서도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게 주목되비다. 11월 한국법인의 매출은 92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0.9% 늘었습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에 단행했던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제거되는 가운데 달성한 견조한 판매량 실적”이라며 “주요 경쟁업체들의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오리온이 수혜를 입어 점유율이 확대된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오리온이 외형 키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최근 5개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6%로, 국내 제과업체 중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선순환으로 이뤄낼 중장기 성장 가능성 또한 돋보인다”고 평가합니다. 뛰어난 제품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남긴 많은 이익을 다시 투자해 양적‧질적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겁니다.

실제 오리온은 올해와 내년 공격적인 자본투자(CAPEX)를 하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충북 진천 산업단지에 신공장 부지를 확보했고, 베트남에서 짓고 있는 3공장은 내년 완공된 뒤에도 2026년까지 라인 증설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 중국(젤리)과 러시아(젤리‧파이)에서도 라인을 증설해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고요.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올해 대비 2배 이상의 자본투자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물량 증가 및 점유율 상승에 대한 오리온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끕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감자 시세가 정점에서 하락했고, 판매량 고성장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며 “전사 영업이익률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