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 뒤흔든 단어 '안전'…내년이 더 문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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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부실시공·안전사고…건설사 진땀
"부동산 PF 문제 현실화, 총선 이후 수면 위로 올라올 것"
"부동산 PF 문제 현실화, 총선 이후 수면 위로 올라올 것"
올해 건설업계에서 가장 주목한 단어는 '안전'이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1군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 크고 작은 문제가 나왔다.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는 대형 사고부터 이미 지어진 단지에 철근이 드러나는 등 건설사들의 부실시공이 문제가 됐다. 일부 건설사 건설 현장에선 인사 사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 현장에서 가장 큰 사고는 지난 4월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내 GS건설이 짓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검단신도시 안단테'(AA13-2블록) 단지 3402동과 3403동 사이 지하 주차장 슬라브가 무너졌다. 원인은 철근 누락으로 밝혀졌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공정률 70%였던 17개 동을 모두 철거한 후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 5년 후 완공될 아파트 브랜드는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LH 브랜드 '안단테'에서 GS건설 브랜드인 '자이'가 붙게 된다.
입주 예정자들을 위한 보상안도 마련됐다. 최종 보상안은 주거 지원비로 가구당 1억4000만원(전용 84㎡ 기준)을 무이자 대여하고 이사비 5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입주가 5년가량 지연되는 데 따른 지체 보상금은 9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중도금 대출은 GS건설이 대신 갚은 뒤 나중에 청구하도록 했다.
롯데건설도 부실 공사 논란이 일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모 단지에서 벽 갈라짐과 함께 여러 개의 철근이 외부로 돌출됐다. 외부 구조안전진단 전문가가 조사한 결과 외부로 노출된 철근은 주철근과 무관한 철근으로 제거해도 무방해 보수처리를 마쳤다.
대우건설도 철근을 누락한 사례가 나왔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푸르지오발라드' 기둥과 벽 등 부재 1443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지하 1층 주차장 기둥 7곳에서 띠철근 누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설계상으로 15cm 간격마다 있어야 할 주철근이 실제로는 30cm 간격으로 시공돼 있었다. 띠철근은 건물 하중을 버티기 위해 주철근을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철근이 누락된 기둥에 대한 보강 공사는 끝났다. 외부에 철판을 대는 방식으로 보강했다. 안전사고 문제가 불거진 건설사도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DL이앤씨 소속 사업장에선 모두 7건의 사고가 발생해 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DL이앤씨는 사망자 8명의 유족에게 지난달 공식 사과를 하고 산업재해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를 유족과 시민대책위에 전달했다. 배상금도 지급한다.
회사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감시하기 힘든 부분에서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안전관리 취약 시간대 인력 투입 등을 통해 사고 발생을 줄인다. 임의로 진행되는 작업은 사전 차단하고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더욱 강도 높게 실시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제도적 개선보다는 실행 역량에 중점을 둬야 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원론적인 얘기지만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간 업계에서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렇게 해야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해지고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아지면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그나마 버틸 힘이 있다. 문제는 중견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들이다. 돈을 빌리지 못하면 당장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태영건설 부도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태영건설은 전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은 지난 9월 유동성 위기 소문이 돌기도 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의 만기가 돌아왔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이다.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이다. PF 우발채무는 지금은 빚이 아니지만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다. 태영건설의 이런 위기 상황을 앞두고 90세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했다. 경영을 손에서 놓은 지 5년 만이다.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자금도 확보했다.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위험이 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하다. PF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단 분석이다.
PF 우발채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재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기업도 많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 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000억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형 건설사의 경우 중견, 중소 건설사보다는 버틸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중견, 중소 건설사가 흔들리면 대형 건설사도 타격을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부동산 PF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 등이 끝난 이후엔 이 문제가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 현장에서 가장 큰 사고는 지난 4월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내 GS건설이 짓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검단신도시 안단테'(AA13-2블록) 단지 3402동과 3403동 사이 지하 주차장 슬라브가 무너졌다. 원인은 철근 누락으로 밝혀졌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공정률 70%였던 17개 동을 모두 철거한 후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 5년 후 완공될 아파트 브랜드는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LH 브랜드 '안단테'에서 GS건설 브랜드인 '자이'가 붙게 된다.
입주 예정자들을 위한 보상안도 마련됐다. 최종 보상안은 주거 지원비로 가구당 1억4000만원(전용 84㎡ 기준)을 무이자 대여하고 이사비 5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입주가 5년가량 지연되는 데 따른 지체 보상금은 9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중도금 대출은 GS건설이 대신 갚은 뒤 나중에 청구하도록 했다.
롯데건설도 부실 공사 논란이 일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모 단지에서 벽 갈라짐과 함께 여러 개의 철근이 외부로 돌출됐다. 외부 구조안전진단 전문가가 조사한 결과 외부로 노출된 철근은 주철근과 무관한 철근으로 제거해도 무방해 보수처리를 마쳤다.
대우건설도 철근을 누락한 사례가 나왔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푸르지오발라드' 기둥과 벽 등 부재 1443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지하 1층 주차장 기둥 7곳에서 띠철근 누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설계상으로 15cm 간격마다 있어야 할 주철근이 실제로는 30cm 간격으로 시공돼 있었다. 띠철근은 건물 하중을 버티기 위해 주철근을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철근이 누락된 기둥에 대한 보강 공사는 끝났다. 외부에 철판을 대는 방식으로 보강했다. 안전사고 문제가 불거진 건설사도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DL이앤씨 소속 사업장에선 모두 7건의 사고가 발생해 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DL이앤씨는 사망자 8명의 유족에게 지난달 공식 사과를 하고 산업재해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를 유족과 시민대책위에 전달했다. 배상금도 지급한다.
회사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감시하기 힘든 부분에서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안전관리 취약 시간대 인력 투입 등을 통해 사고 발생을 줄인다. 임의로 진행되는 작업은 사전 차단하고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더욱 강도 높게 실시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제도적 개선보다는 실행 역량에 중점을 둬야 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원론적인 얘기지만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간 업계에서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렇게 해야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해지고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아지면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그나마 버틸 힘이 있다. 문제는 중견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들이다. 돈을 빌리지 못하면 당장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태영건설 부도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태영건설은 전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은 지난 9월 유동성 위기 소문이 돌기도 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의 만기가 돌아왔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이다.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이다. PF 우발채무는 지금은 빚이 아니지만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다. 태영건설의 이런 위기 상황을 앞두고 90세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했다. 경영을 손에서 놓은 지 5년 만이다.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자금도 확보했다.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위험이 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하다. PF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단 분석이다.
PF 우발채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재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기업도 많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 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000억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형 건설사의 경우 중견, 중소 건설사보다는 버틸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중견, 중소 건설사가 흔들리면 대형 건설사도 타격을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부동산 PF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 등이 끝난 이후엔 이 문제가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