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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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되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어지고 국가 재정 건전성도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암호화폐 시장은 돈세탁과 범죄가 난무할 뿐 아ㄷ니라 이를 규제할 보안관이 거의 없는 미국 개척 시대의 황량한 서부와 비슷하다”고 했다.

- 2023년 12월 15일자 한국경제신문 -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리더 중 하나인 IMF 총재가 경제에 미치는 암호화폐의 영향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 발언은 지난 14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IMF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최한 ‘디지털 화폐: 변화하는 금융 환경 탐색’ 콘퍼런스에서 나왔습니다. 오늘은 암호화폐가 통화정책 등 국가의 경제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그토록 우려의 목소리가 큰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해 분산 발행되고 일정한 네트워크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정보입니다. 지폐나 동전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화폐의 일종이지요.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나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 금융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탈중앙화’를 지향합니다.

반면 법정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인정한 공식적 화폐입니다. 법정화폐의 공신력은 발행자인 중앙은행, 나아가 국가가 보장하죠.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신용·체크카드를 쓰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도 법정화폐에 기반을 두고 있지요. 국가라는 중앙 권력이 화폐 발행의 독점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화’된 금융입니다.

정부로선 통제 밖에 있는 새로운 통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 미국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이 기존의 암호화폐에서 한 단계 나아간 ‘스테이블코인’ 리브라(Libra)를 내놓으면서 위기감이 커졌죠.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암호화폐와 달리 미국 달러나 금 같은 전통 자산에 연동돼 가치가 안정되도록 설계됐어요. 여기에 발행 기관의 공신력이 더해지면서 기존 암호화폐에 비해 안정성을 더욱 높였지요.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콘퍼런스에서 “만일 유사한 스테이블코인이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 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주권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경우 법정통화 기반의 통화정책은 크게 흔들릴 수 있어요.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죠.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 역시 투자를 확대해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높아지며 자산 가격이 오르고, 재산이 늘어난 가계는 소비를 더 늘릴 수도 있지요. 글로벌 자본이 금리가 더 높은 국가로 이동하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환율은 상승)하고, 해외시장에서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수출이 촉진됩니다.

이처럼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파급경로’라고 해요. 모든 경제주체가 법정화폐를 쓰고, 이를 보장하는 중앙은행과 정부를 신뢰하는 것은 파급경로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그런데 중앙은행 통제를 받지 않는 암호화폐가 대중화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 사람 중 절반이 금리에 영향을 받는 원화가 아니라 달러나 금, 비트코인에 기반해 만든 코인을 쓴다면, 아마 금리 조정을 통한 파급경로는 크게 약화할 것입니다. 이에 더해 과연 이런 코인을 기반으로 얻은 이익에는 세금을 어떻게 매겨야 할까요. 이에 대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소용이 없어진다”며 “세금 징수가 불안해지거나 세금 집행 자체가 어려워져 국가 재정의 지속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각국은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 자산과 같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보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암호화폐의 강점으로 꼽히는 편의성과 보안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지요.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거래 편의성 높지만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도
여전히 암호화폐가 ‘미지’의 영역이듯 현시점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앞날을 예측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과연 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살펴보는 것도 경제를 바라보는 지평을 넓히는 방법일 것입니다.

황정환 기자

NIE 포인트

1. 암호화폐와 법정화폐의 차이를 이해하자.

2.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 대해 학습해보자.

3. 암호화폐가 파급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