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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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연구진이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 전용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공개했다. 10여년 전 시리(Siri)로 세계 최초의 가상 비서 서비스를 선보인 애플이 최근 생성형 AI 경쟁에서는 뒤처진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애플이 이달 들어서만 2가지 생성형 AI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오픈AI 등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채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애플은 2011년 시리를 내놓은 이후 AI 분야에서 더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다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에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이 최근 연달아 발표한 생성형 AI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FT는 "지난 12일 공개된 두 번째 논문 '플래시 속에서의 LLM(대규모 언어모델)'은 발표 이후 AI 전문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의해 집중 조명되면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논문은 제한된 용량의 메모리 칩이 내재된 스마트폰 기기에서 LLM 추론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연구원들은 "논문대로면 작은 기기에서 LLM 계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론이란 LLM이 사용자의 질의에 응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인 LLM 모델은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포함하고 있어 아이폰 같은 스마튼폰 기기보다 훨씬 더 큰 컴퓨팅 성능을 갖춘 데이터 저장소에서만 실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 연구를 통해 LLM 매개변수를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D램으로의 데이터 전송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애플은 이보다 앞서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맞춤형 칩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결과물도 내놨다. 휴먼 가우시안 스플랫(HUGS)이라는 기술을 통해 별도의 장비 없이 한 대의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활용해 3D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다.

애플은 이 같은 연구 결과물들을 토대로 아이폰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생성형 AI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방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내년에 AI 기반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 대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7년까지 신형 스마트폰들 중 AI 기술을 탑재한 기기는 40%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업체인 퀄컴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노 아몬은 "스마트폰에 AI를 도입하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모바일 기기의 판매 감소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