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올 서초동 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삼성전자 서올 서초동 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세가 거세다. 좀처럼 '6만전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탓에 최근 상승을 기회 삼아 탈출한 것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주도주가 바뀌고 있지만, 개인들의 매수는 오히려 2차전지로 쏠렸다. 다만 아직까지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고평가 지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12월 1~22일)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아 팔아치웠다. 순매도 규모는 2조801억원으로 순매도 상위 2위인 기아 순매도액(3609억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시절 증시 붐을 타고 시작된 동학개미운동 열풍 속 국민주 지위를 높였던 삼성전자다. 최근 들어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쓰자 오랜 주가 부진에 지친 개인들의 외면이 이어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2021년 말 506만6351주에서 2022년 말 581만3977명으로 늘었던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올 상반기 말 566만8319명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1년 만에 14만5658명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만원 안팎에서 맴돌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4% 넘게 오르면서 7만원대 안착했다. 업황 회복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다. 반도체 재고가 바닥을 보이면서 디(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다. 외부 연결 없이도 자체 기계 내에서 인공지능(AI)을 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감까지 불거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2일 7만6300원으로 고점을 높여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젠 '8만전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드디어 익절" 삼성전자 개미들 탈출 후…"이럴 줄은" 반전
삼성전자 종목토론방도 개인들의 의견으로 들끓고 있다. '드디어 28개월 만에 7.7% '익절(이익을 확정짓고 매도)'하고 갑니다', '너무 오래 가지고 있다 보니 일단 내립니다', '2년 만에 평단(평균단가)로 탈출합니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손절한 개인투자자들은 '1년 전에 산 것 그대로 들고 있었다면 좀 벌었을 텐데, 배터리주 뜬다 해서 팔고 넘어갔는데 그새 오르네', '물린 거 빨리 털고 싶어서 73층에 팔았는데, 74층을 가면 어떻게 하냐'는 등 아쉬운 소리를 올리고 있다.

개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2차전지 관련주로 옮겨 탄 모양새다. 이달 개인들의 순매수세는 주로 2차전지 업종에 몰렸다. 최근 주가가 소폭 하락한 틈을 타 매수했단 분석이 나온다. 개인 순매수 상위 1~3위 종목은 LS머트리얼즈(3350억원), LG에너지솔루션(2502억원), 삼성SDI(2493억원) 등 모두 2차전지 관련주가 차지했다. 6위, 7위엔 에코프로비엠, LG화학이 올라 있다.

개인투자자의 큰 지지를 받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소액주주가 공격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소액주주 수는 각각 41만9892명, 25만4687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에코프로비엠 22만5303명, 에코프로 10만9619명에 불과했던 소액주주는 불과 6개월 만에 2배 안팎으로 증가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내년 2차전지 업종의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수요, 친환경 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내년 미국 대선 이후 친환경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유럽에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이 심화하며 내년 국내 2차전지 업종의 주가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며 지금은 추가 상승세를 기대하기보단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