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ATM 아니다"…팬오션 주주들 분통 터진 이유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날벼락 떨어진 팬오션…지금 사모아도 될까
하림그룹·JKL HMM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인수 주체' 팬오션 주가 '급락'…3년래 최저 수준
주가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 집중 매수
"팬오션, 1년 내 기업 가치 회복 어려워…HMM과 시너지도 시간 필요"
"대규모 자금조달로 팬오션 재무 부담 가중"
하림그룹·JKL HMM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인수 주체' 팬오션 주가 '급락'…3년래 최저 수준
주가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 집중 매수
"팬오션, 1년 내 기업 가치 회복 어려워…HMM과 시너지도 시간 필요"
"대규모 자금조달로 팬오션 재무 부담 가중"
팬오션 주주들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팬오션이 하림그룹의 HMM 인수 주체로 나서며 유상증자 가능성이 커지며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가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는 저가에 나온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다만 아직 유상증자 여부,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아 당분간 기업 가치가 회복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팬오션 주가는 4000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22일엔 3685원까지 추락하며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2020년 이후 3년래 최저 수준이다. 올해 초 3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1조99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규모 유상증자설이 불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들은 HMM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하림 그룹이 최대 3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JKL이 70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하림 그룹은 2조4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거액을 조달하기 위해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영구채 발행,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팬오션 관계자는 "매각 측과 비밀유지계약을 맺어 세부적인 협상 조건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팬오션은 유상증자설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유상증자는 빚을 지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존 주주에게 유상증자는 치명적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의 총수가 늘어나면 주주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팬오션 소액 주주들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한 투자자는 "팬오션은 하림 그룹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아니다, 수천억 규모 유상증자는 이해해도 조단위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냈다.
주가 하락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투자자도 포착됐다. 우선협상자 발표 후 나흘(18~22일)간 개인은 팬오션은 703억원 사들였다. 월초 1%대 초반에 머무르던 신용잔고율도 1.69%로 소폭 늘었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 주식 수로 나는 값으로, '빚투' 거래 비중을 의미한다. 다만 매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워 보인다. 신영증권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그만하기로 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이 기업 가치를 회복하려면 1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비율을 알 수 없단 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탕으로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신증권도 팬오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중립)'로 낮췄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봐도 팬오션과 HMM 두 업체 간 시너지가 발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가 협력하면 다양한 선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컨테이너 업황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 사업다각화 효과가 발현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규 선박이 대규모로 인도되며 2025년까지 컨테이너 업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업황이 빠르게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은 발행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면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지난 9월 CJ CGV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유상증자 방식으로 4153억 원을 조달했다. 당초 조달 금액으로 약 5700억 원을 계획했으나 주가 급락으로 신주 발행가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추가 자금이 절실했던 CJ CGV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대로 주가가 더 하락해 계획했던 만큼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팬오션도 채무를 늘릴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자금 조달 시나리오별 팬오션의 재무제표 변화를 추산한 결과 부채비율이 기존 62.9%에서 최대 102.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신용평가사들은 팬오션에 대해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 부담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수 금액과 자금조달의 방안, 주주 간 계약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용도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기업평가도 보고서를 내고 "9월 말 기준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1조4591억원에 불과해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팬오션의 유상증자가 주요 자금 조달 방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유상증자 규모, 진행 경과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오션·JKL 컨소시엄과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팬오션 주가는 4000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22일엔 3685원까지 추락하며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2020년 이후 3년래 최저 수준이다. 올해 초 3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1조99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규모 유상증자설이 불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들은 HMM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하림 그룹이 최대 3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JKL이 70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하림 그룹은 2조4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거액을 조달하기 위해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영구채 발행,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팬오션 관계자는 "매각 측과 비밀유지계약을 맺어 세부적인 협상 조건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팬오션은 유상증자설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유상증자는 빚을 지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존 주주에게 유상증자는 치명적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의 총수가 늘어나면 주주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팬오션 소액 주주들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한 투자자는 "팬오션은 하림 그룹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아니다, 수천억 규모 유상증자는 이해해도 조단위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냈다.
주가 하락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투자자도 포착됐다. 우선협상자 발표 후 나흘(18~22일)간 개인은 팬오션은 703억원 사들였다. 월초 1%대 초반에 머무르던 신용잔고율도 1.69%로 소폭 늘었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 주식 수로 나는 값으로, '빚투' 거래 비중을 의미한다. 다만 매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워 보인다. 신영증권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그만하기로 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이 기업 가치를 회복하려면 1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비율을 알 수 없단 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탕으로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신증권도 팬오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중립)'로 낮췄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봐도 팬오션과 HMM 두 업체 간 시너지가 발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가 협력하면 다양한 선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컨테이너 업황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 사업다각화 효과가 발현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규 선박이 대규모로 인도되며 2025년까지 컨테이너 업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업황이 빠르게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은 발행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면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지난 9월 CJ CGV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유상증자 방식으로 4153억 원을 조달했다. 당초 조달 금액으로 약 5700억 원을 계획했으나 주가 급락으로 신주 발행가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추가 자금이 절실했던 CJ CGV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대로 주가가 더 하락해 계획했던 만큼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팬오션도 채무를 늘릴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자금 조달 시나리오별 팬오션의 재무제표 변화를 추산한 결과 부채비율이 기존 62.9%에서 최대 102.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신용평가사들은 팬오션에 대해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 부담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수 금액과 자금조달의 방안, 주주 간 계약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용도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기업평가도 보고서를 내고 "9월 말 기준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1조4591억원에 불과해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팬오션의 유상증자가 주요 자금 조달 방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유상증자 규모, 진행 경과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오션·JKL 컨소시엄과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