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에서 앞장서서 '한나땡'을 외쳐왔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유튜브 '오마이TV'에서 "확증편향 증세를 앓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장관이 2030에서 인기가 많다고 오판하는 것은 우리로서 대단히 유익한 일"이라며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인데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한 전 장관이라는) 과녁이 하나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 환영한다"고 썼다.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은 지난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떠오를 텐데,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며 "한동훈 비대위는 검찰 독재 프레임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권 심판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단 점에서 민주당 입장에선 상당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민주당에 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하며 반겼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아바타, 황태자, 후계자, 쌍둥이 동생 등 여러 별칭이 많았다. 당권 장악으로 제2검찰공화국을 재창출하려 하지만, 국민은 '검찰 하나회'의 재집권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 인사들이 '한나땡'을 외치는 배경에는 30%대 지지율을 횡보하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한동훈 비대위'로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검사 출신의 한 전 장관은 자명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민주당 입장에서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부각하기에 최적의 인사다. 야권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비례로 출마하는지, 지역구로 출마하는지 여부 등을 시작으로 총공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전 장관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성패는 당정 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 직할 체제라는 꼬리표를 말끔하게 떼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하는 관계"라며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