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여부가 ‘미정’이라고 해서 오전 7시45분에 공항에 왔더니 출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결항’이라고 안내하네요.”

22일 폭설로 운항이 7시간40분 동안 중단된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선 승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카운터에 생긴 150m 길이의 줄에서 만난 최한규 씨(29)는 “렌터카도 반납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6시간째 대기 중”이라며 이같이 푸념했다. 이어 “23일 오후 8시 비행기를 간신히 구했다”며 “결항 사실을 미리 알려줬으면 공항에 안 왔을 텐데 추가 렌터카 비용 등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강풍을 동반한 많은 눈이 내린 이날 제주국제공항 활주로가 오전 8시2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폐쇄되면서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폭설과 함께 활주로에 8㎝가량의 눈이 쌓였고 이를 치우기 위한 제설 작업이 7시간 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엔 어제부터 급변풍 특보와 대설·강풍 특보가 발효됐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활주로 라인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면 제설작업이 이뤄진다”며 “계속 눈이 내리는 데다 한파로 눈이 얼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공항 출발장에는 항공권을 확보하려는 승객들로 항공사 카운터마다 100~200m의 긴 줄이 형성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항공사 직원들은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 언제 정상화가 될지 예측하지 못하겠다”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이날 제주공항은 오후 4시까지 제주공항 기점 국내선 도착 140편과 출발 132편이 결항하고, 국제선 도착 7편과 출발 4편 결항했다. 김포와 청주, 중국 푸둥발 등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 5편이 회항했다. 전날에도 제주공항에서는 강풍과 폭설로 왕복 150여 편이 결항했다. 업계에 따르면 8000여 명의 관광객이 제주도에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 결항뿐 아니라 각종 사고도 잇따랐다. 제주에서 이날 오전 8시12분께 제2산록도로에서 3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눈길에 갇혔다가 구조됐다. 비슷한 시간 서귀포시 도순동에서 눈길 교통사고가 발생해 30대 남성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이틀간 눈길 교통사고 8건이 발생해 11명이 다쳤다. 제주에서만 이틀간 19건의 낙상 사고가 일어났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