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1월 미국 주요 기업의 중국산 저가 범용(레거시) 반도체 의존도를 조사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범용 반도체의 관세를 인상하는 등 무역 조치를 검토한다.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로 첨단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린 중국이 범용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우자 이 역시 차단해 자국 시장 장악을 막겠다는 취지다.

2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다음달 통신 및 자동차, 국방, 항공우주 등 핵심 분야 미 기업 100여 곳의 범용 반도체 조달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범용 반도체 의존도를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상무부는 “조사 결과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고 중국이 야기한 국가 안보 위험을 낮추는 정책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용 반도체는 구세대 공정으로 제조한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 반도체다. 첨단 반도체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폰 등에 전방위로 활용된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범용 반도체는 미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만큼 미국의 범용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외국 정부의 비시장적 조치에 대처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자국 기업의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우려스러운 관행의 잠재적 징후를 목격했다”며 “이번 조사가 다음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중국 반도체산업에 약 150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싼값에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미국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상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몬도 장관이 언급한 ‘다음 행동’에 관세 등 무역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이 철강 및 태양열 사업에서 그랬듯 (저가 대량 생산품으로) 미국 범용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무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지난해 시행한 반도체법 보조금 책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안보와 직결된 방산기업들은 공급망에서 단계적으로 중국 반도체를 쓰지 않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