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4년 '정글'에서의 생존법
전대미문의 충격을 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2022년 2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필두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다가 이윽고 올해는 가자지구 전쟁까지 보태지면서 세계 경제 환경이 불확실성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팬데믹 이전부터 확산하던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전 세계로 번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극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총리로 선출된 것에 더해 아르헨티나에서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자칭하는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또 2024년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에 재선되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경우, 세계 주요국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는 취임 직후 극우파 정치적 소신에 따라 최소의 정부를 넘어서서 무정부주의를 표방했다. 기존 사회복지 지출을 대거 축소하고 환율도 50% 평가절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이미 140%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율이 더 폭등하는 등 아르헨티나 경제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1월 치러질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트럼프는 집권 직후에는 정적들에 대한 일정한 정치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언급과 함께 탄소 절감을 위한 환경정책 폐기는 물론, 추가적인 부자 감세와 복지정책 축소 등을 공언하고 있다. 이에 더해 모든 교역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는 지속적인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서 푸틴이 재선돼 2030년까지 장기 집권이 확실시될 경우 러시아와 중국에서의 권위주의적 정권이 더욱 굳건해지면서 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정치적 권위주의가 복합된 퇴행적 정치구조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경제정책에서도 시장경제에 기반한 효율적 정책에 대한 배려가 실종되고, 모든 국가에서 집권층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반시장적 정책이 임의로 집행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앞다퉈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무력화한 이후, 세계 경제 질서는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게 됐다. 그 결과 국제 경제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 세계 경제는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과 같은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야망과 정치적 입지에 따라서 예상치 못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는 ‘복마전’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와 푸틴이 초래할 이런 암담한 2024년의 미래가 자명한데도 도대체 왜 양국 유권자들은 이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인가? 포퓰리스트들의 전략은 비교적 간단하다. 유권자의 분노를 최대한 부추기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승자독식 형태의 세계화 결과, 실질소득이 급감한 백인 노동자의 분노를 부추겨 보호주의 정책과 반이민정책을 확대해왔다. 푸틴도 마찬가지로 측근들의 부패로 열악해지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이 서방 제국주의 침략의 결과라고 러시아 유권자의 분노에 불을 붙여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히려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게 될 2024년의 국제 경제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생존법은 분명해진다. 한국 경제가 ‘대체 불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작지만 강한 맹수가 되는 길이 무법천지 정글에서의 유일한 생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