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9차 회의가 지난 22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손주형 씨(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박병원 독자위원장,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정영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김범준 기자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9차 회의가 지난 22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손주형 씨(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박병원 독자위원장,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정영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김범준 기자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9차 회의가 지난 22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위기의 독일경제> 등 한경이 지난 10~12월 보도한 기획성 기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상생금융, 공매도 금지 등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정책에 대해선 시장경제 원리에 바탕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박병원 한경 독자위원장(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김도영(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범섭(자비스앤빌런즈 대표)·박종민(한국언론학회장·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손주형(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년)·신관호(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정영진(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위원(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해외 사례 심층 분석에 호평

"獨경제 추락 원인 현장감 있게 전달…포퓰리즘 단호히 비판해달라"
위원들은 한경이 10월 보도한 <위기의 독일경제> 기획 시리즈 등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신관호 위원은 “독일 경제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독일로 날아가 현장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쓰니 단순히 국내 전문가의 말만 듣고 기사를 작성하는 다른 언론사보다 내용이 훨씬 풍부했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독일이 원전을 포기하면서 발생한 에너지 공급 문제, 관료주의 등 한경이 기획기사로 다룬 독일의 문제점들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했다.

<위기의 독일경제> 기획 시리즈의 내용이 일부 편향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종민 위원은 10월 18일자 A1면에 실린 <“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 기사와 관련해 “독일 경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독일 경제가 추락한 다양한 원인 중에 탈원전 정책이 핵심 요인인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경이 인터뷰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개인적인 주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분석을 종합적으로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주형 위원은 이달 11일자 A2면에 게재된 <‘야근 막고 아침밥 챙겨준 日 이토추상사…‘출산율 기적’>에 대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좋은 기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사례를 많이 발굴해달라”고 주문했다.

“포퓰리즘 정책에 단호히 맞서야”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병원 위원장은 “은행이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대출 이자를 캐시백(환급) 형태로 되돌려주도록 강요한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은 지원 대상 선정 과정부터 지원 방식까지 모든 측면에서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며 “한경이 그동안 상생금융을 비판해오긴 했지만,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회사 명색에 비해선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비판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그치더라도 계속 계란을 던지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도영 위원은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국내총생산(GDP)이 15년 후 평균 1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며 “개미투자자를 의식한 공매도 금지, 여야가 합심한 예비타당성조사 무력화 등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이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경에선 포퓰리즘에 확고한 비판의식을 갖고 기사를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기사화할 때는 보도자료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입장도 취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영진 위원은 10월 20일자 A4면 <지방 국립대병원 역량, 서울 ‘빅5’ 수준으로 키운다> 기사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만 기사를 쓴 것 같다”며 “의료계 말을 들어보면 정부 정책에 회의적인 경우 또한 많은데 이런 의견도 들어보고 기사를 작성했으면 더 균형 있는 기사가 나왔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도영 위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사를 쓸 때도 업계 의견까지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공정위는 소를 제기하는 원고의 역할과 1심 판결을 내리는 법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공정위 보도자료는 원고 입장에서 많이 나온다”며 “공정위 제재를 받는 기업들 이야기도 들어보면 더 균형감 있는 보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공감 가능한 기사 더 발굴해야”

독자위 회의에선 한경이 일부 극단적 사례를 제목으로 실어 대중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손주형 위원은 11월 27일자 A2면 <식사 15만원·케이크 20만원…아찔한 성탄 물가> 기사와 관련해 “실제로 케이크에 20만원이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며 “물가 상승이라는 광범위한 경제 현상을 설명할 때는 대중적으로 공감이 가능한 사례를 발굴하면 좋겠다”고 했다.

포럼 연사의 발언을 기사화한 경우 내용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박종민 위원은 “<글로벌인재포럼 2023>에서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발언을 다룬 기사를 보면 ‘AI가 꼭 필요하다’는 수준의 뻔한 이야기에 그친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며 “AI와 관련해 업계 이야기를 가장 잘 전해줄 수 있는 연사를 더 많이 초청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규제 개혁과 관련한 추가 기사 발굴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범섭 위원은 “최근 카카오 사태나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에서 보듯 한국은 특정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발전 자체를 가로막는 규제 법안을 쏟아낸다”며 “이로 인해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경이 개인정보 보호와 AI 등 이슈에서 스타트업의 생존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병원 위원장도 “10월 3일자 A22면 <의료 AI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 목숨 거는 이유> 기사는 한국의 강한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해외로 나간다는 내용으로 국내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며 “이런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달라”고 했다.

■ 한경 2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
손주형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오세천 LG전자 전무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정영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