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달보다 떨어졌다. 변동폭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PCE 물가의 6개월 변동폭(연율 기준)은 3년여 만에 Fed 목표치(2%)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이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상무부는 11월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2.8%)를 밑돈 것으로 2021년 2월(1.9%)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과 비교한 PCE 물가 등락률도 시장 예상치(0%)보다 낮은 -0.1%였다. PCE 지수가 전월 대비로 떨어진 것은 팬데믹 확산 초기인 2020년 4월 후 3년7개월 만이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2.7%)와 식품(-0.1%) 가격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더 내려간 영향이 컸다.

근원 PCE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3%)보다 낮았다. 전월 대비 근원 PCE 상승률은 0.1%로 시장 예상치와 같았다.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의 둔화세는 뚜렷해졌다. 11월 근원 PCE 가격지수(120.09)는 6개월 전인 5월 PCE 지수(118.984)보다 0.93%가량 올랐다. 이 수치를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1.87%(복리 기준)다. 연율로 환산한 6개월 PCE 상승률이 Fed의 인플레 목표치인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9월(1.5%) 후 3년2개월 만이다.

앤드루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11월 PCE 물가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 급등세가 끝났다는 걸 보여준다”며 “주택 임차료 인플레만 둔화하면 수개월 내 인플레가 연율 2%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지자 뉴욕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S&P500지수는 전일보다 0.17% 오른 4,754.63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은 전일보다 0.19% 상승한 14,992.97로 마감했다.

조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도 더 커졌다. 이날 11월 PCE 발표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리선물시장에선 내년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97%대로 뛰어올랐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