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음료. / 사진=경기소방재난보누
A씨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음료. / 사진=경기소방재난보누
세상을 떠난 남편을 살리고자 출동했던 구급대원들을 위해 기부금과 손 편지를 전달한 여성의 사연이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더하고 있다.

25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와플 등 간식과 음료 50잔이 든 선물 박스가 배달됐다. 익명으로 보내진 박스에는 간식, 음료 외에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와 손 편지도 함께 담겼다.

편지를 작성한 익명의 여성 A씨는 "저는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며 "춥게 눈 내리던 그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든 빨리 구조해주시려고 노력하시던 구조대원분들,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같이 뛰며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해주시려던 분…(중략) 저는 어제인 것같이 생생한데 일 년이 지났다"고 적었다.
A씨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손 편지. / 사진=경기소방재난보누
A씨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손 편지. / 사진=경기소방재난보누
이어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인데 이날이 오는 게 저는 참 힘들고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좋아할 일들을 만들어보자 (싶어서) 남편이 아이를 위해 생일선물 준다고 생각하고 남편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며 "아이에게 아빠 이름으로 뭔가를 사주는 것도 좋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없는 살림에 모은 돈이라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부디 부담 없이 편히 받아주시고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달라"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소방 당국은 기부금 200만원의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 기부금을 돌려주기 위해 A씨를 찾아 돌려줬다. A씨는 돌려받은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남편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남편은 지병을 앓다가 지난해 12월 15일 직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족으로부터 원망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은 선물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까지 써주셔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