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캐럴은 재즈처럼 들릴까, 美 대중음악에 숨은 비밀 [오현우의 듣는 사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왜 캐럴은 재즈처럼 들릴까, 美 대중음악에 숨은 비밀 [오현우의 듣는 사람]](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412013.1.png)
이 곡의 코드 진행이 1940년대를 주름 잡았던 작곡가 어빙 벌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본떴다는 주장이다. 벌린은 이 곡에서 어린이들이 눈썰매를 타는 풍경을 멜로디로 표현했다. 장조 화음과 단조 화음을 연이어 붙여 추운 겨울과 명랑한 화음을 대조한 방식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중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라는 가사에서 이러한 진행방식이 들린다.
라구세아 교수는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를 들을 때마다 재즈 애호가들이 냇 킹 콜을 떠올리는 이유 중 하나다"라며 "머라이어 캐리는 과거에 전무했던 음악을 내놓은 게 아니다. 20세기 초 미국 대중음악을 창시했던 재즈 리듬과 코드를 담아 명곡을 써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왜 재즈를 캐럴과 엮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미국의 크리스마스 도입 시점을 살펴봐야 한다. 당초 미국 사회는 크리스마스를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청교도에서 크리스마스의 세속화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술도, 선물도 없는 성탄절을 보냈다. 1870년대 들어 이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왜 캐럴은 재즈처럼 들릴까, 美 대중음악에 숨은 비밀 [오현우의 듣는 사람]](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412025.1.png)
캐럴도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진화했다. 1920년 전까지 주로 성가곡이 성탄절 기념곡으로 쓰였다. '고요한 밤'이나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등을 연주했다. 1920년대부터 축음기와 라디오가 상용화되면서 대중음악(Popular Music·POP)이 탄생했다. 이 때 미국 대중음악계를 장악하던 장르가 재즈였다.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프랭크 시내트라의 캐럴이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재즈풍 캐럴의 전성시대였다.
재즈에 기반한 캐럴은 1960년대 들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로큰롤이 부상하면서부터다. 엘비스 프레슬리에 이어 비틀스 등 로큰롤 가수가 빌보드를 장악했다. 록밴드 연주에 맞춰 화음이 단순해졌다. 1980년대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 등 소울과 리듬 앤드 블루스(R&B) 등 흑인 음악이 다시 주류를 장악하기 전까지 백인들의 로큰롤이 미국 대중음악을 좌우했다.
![왜 캐럴은 재즈처럼 들릴까, 美 대중음악에 숨은 비밀 [오현우의 듣는 사람]](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25249122.1.jpg)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