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필에너지 대표는 ‘배터리 엔지니어’ 1세대다. 소형 2차전지가 나온 1998년부터 니켈수소 배터리가 리튬이온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직접 겪었다. 김 대표는 배터리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4680 배터리는 배터리 셀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4680 배터리 선도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게임 체인저' 필에너지…"차세대 2차전지 장비 시장 선점"
코스닥시장 상장사 필에너지는 ‘스태킹’과 ‘레이저 노칭’ 장비가 주력이다. 스태킹 장비는 2차전지의 분리막과 양극·음극을 겹겹이 쌓는 적층(積層) 공정에 쓰인다. 이 장비는 삼성SDI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 레이저 노칭 장비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금속박에 활물질(리튬이온을 흡수·방출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성하는 소재)을 올린 양극·음극의 ‘탭’ 형상을 가공하는 노칭 공정에 적용된다. 필에너지의 레이저 노칭은 프레스 노칭과 달리 금형을 바꿀 필요가 없고 소모품이 필요하지 않아 유지비도 적다.

필에너지는 2020년 매출 17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4억원 적자를 봤다. 하지만 2021년 매출 1651억원, 영업이익 74억원, 지난해 매출 1897억원, 영업이익은 168억원을 거두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1342억원과 94억원을 기록했다.

필에너지는 지난해 기준 매출 90% 이상이 삼성SDI로부터 나온다. 삼성SDI가 설비를 늘리면서 낙수효과 기대도 커졌다.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 기술을 중심으로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모로우배터리에 레이저 노칭 장비를 공급했다.

성장동력으로는 4680 원통형 권취기를 꼽았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직접 양산 투자를 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다. 권취기는 양극, 음극, 분리막을 돌돌 만 배터리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을 만드는 와인더다.

김 대표는 “테슬라가 내년부터 4680 배터리에 본격 투자한다”며 “2025년에 매출 5000억원, 2027년에 7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